HK이노엔, 케이캡 美 경쟁자 악재에 반사익 기대…3.3조 시장 진출 박차
세계 2위 시장 美 3상 진행 중, 내년 결과 도출…경쟁자는 불순물 이슈에 허가 지연 암초
3분기 실적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HK이노엔이 핵심 동력인 위식도 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의 미국 진출에 고삐를 죄고 있다. 이 회사는 세계 최대시장인 중국을 비롯해 해외 7개국에 케이캡 출시를 완료한 상태다. 현재 2위 시장인 미국에서 파트너사를 통해 내년 임상 3상 완료를 앞두고 있다. 현지 속도전에서 앞서가던 경쟁사가 허가 지연 이슈에 봉착, HK이노엔에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단 평가도 나온다.
31일 HK이노엔에 따르면 이 회사는 3분기 매출액 2156억원, 영업이익 22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8.8%, 0.7% 증가한 실적이다. 직전 분기 매출 역성장과 상반기 전체 영업이익 209억원 등을 감안하면 실적 개선세가 눈에 띈다.
실적 동력은 역시 케이캡이었다. 국내 처방액과 해외 수출액이 나란히 증가하며 성장세를 이끌었다. 2018년 국산신약 30호로 허가받은 케이캡은 단숨에 HK이노엔의 효자 품목으로 자리잡았다. 2019년 출시 후 이듬해부터 국내 P-CAB 계열 치료제 1위 자리를 지키는 것은 물론, 지속적으로 진출국을 확대 중이다. 기술이전 또는 완제품 수출을 통해 해외 35개국에 진출한 케이캡은 현재까지 7개국에 출시를 마친 상태다.
이에 케이캡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0% 수준에서 3분기 15.3%까지 높아졌다. 특히 실적에 반영되는 케이캡 수출액에 세계 최대 시장 중국 매출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적 기여도는 더욱 크다. 중국의 경우 기술이전 받은 뤄신이 출시해 향후 로열티를 지급하는 형태다. 여기에 뤄신이 지난 3월 중국 국가보험의약품목록(NRDL) 등재로 급여시장 진출에 성공, 관련 로열티가 3분기 지급되기 시작했다. 온전히 반영되는 내년 중국발 실적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케이캡의 다음 행선지는 미국이다. 미국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 규모는 중국에 이어 두번째로 크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시장 규모는 약 21조원이다. 이 가운데 중국과 미국은 각각 3조5000억원, 3조3000억원 시장을 형성 중이다. 두 국가 진출만으로 글로벌 시장의 30% 이상을 아우를 수 있는 셈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시장 규모 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전세계에서 가장 공신력 높은 규제 기준국인 만큼 아직 파트너가 선정되지 않은 유럽과 일본 현지 잠재적 파트너에게 경쟁력을 부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HK이노엔은 미국 역시 중국과 같은 기술수출로 케이캡을 진출시킨 상태다. 현지 파트너는 세벨라로 지난해 10월 임상 3상에 착수해 진행 중에 있다. 업계는 내년 상반기 3상 결과 도출을 전망 중이다. 결과 도출 이후 허가 신청 등의 과정을 거쳐 2025년 출시가 예상된다.
미국 내 P-CAB 계열 품목은 지난해 5월 패썸(Phathom)파마슈티컬스가 '보퀘즈나'(성분명: 보노프라잔)으로 항생제 병용요법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핵심 적응증인 미란성·비미란성 위식도 역류질환 허가는 아직 획득하지 못한 상태다. 지난 6월과 9월 각각 미란성, 비미란성 위식도 역류질환을 대상으로 허가를 신청했지만 불순물 이슈로 인허가 절차가 지연 중이다. 케이캡 허가가 먼저 이뤄지지 않더라도, 시장 진입 시기 격차를 줄일 수 있어 추격자인 HK이노엔 입장에선 한층 우호적 상황이 조성된 셈이다.
박재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내년에는 중국 외에 임상 3상에 진입한 미국과 유럽, 일본 지역으로의 진출에서도 성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중단기적으로는 케이캡의 유럽 기술이전, 미국 3상 결과 발표가 주가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패썸의 보노프라잔 을 통해 확인될 P-CAB 제제의 미국 시장 침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정기종 기자 azoth4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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