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인전기’ 요양원 방화, 신하균-김영광 최후 일전 위한 빌드업? [김재동의 나무와 숲]
[OSEN=김재동 객원기자] “후회 안 해. 타이밍이 좋았거든. 이때다 싶으면 질러야지!”
30일 방송된 지니 TV 오리지널 드라마 ‘악인전기’의 서도영(김영광 분)이 한동수(신하균 분)의 결심에 불을 질렀다.
문상국(송영창 분)과 김재열(주진모 분)은 서도영의 손발을 자르기 위해 식구파를 동원, 서도영의 측근으로 자리매김한 한동수를 작업하기로 했다.
이 정보를 입수한 서도영은 권오재(배나라 분)로 하여금 한동수를 지켜보게 했다. 하지만 권오재는 한동수에게 미행을 들켜 저간을 설명할 수 밖에 없었고 “식구파가 움직인 건 확인됐는데 변호사님 쪽은 아녔네요.”라고 언질도 준다. 한동수는 화급하게 요양병원의 어머니 이혜자(길혜연 분)를 찾아나선다.
동수가 도착했을 때 요양병원은 불에 타고 있었고 어머니 이혜자는 후송 구급차 안에서 숨을 거둔다. 분노에 찬 한동수는 문상국의 조깅 길에 나타나 그 목을 조르면서 “한 번 느껴봐. 당하는 게 어떤 건지. 밟히는 게 어떤 건지!”라고 선전포고를 하고 만다.
그리고 그 사단 직후 만난 서도영에게 심판 폭행으로 야구판을 떠났던 그 날의 선택에 대해 묻는다. 서도영은 더는 야구를 할 수 없는 부상을 입었고 그 김에 그 동안 참아왔던 썩은 야구판에 대한 분노를 매수된 심판을 폭행함으로써 분풀이 했다고 밝혔다.
“이때다 싶으면 질러야지!”란 서도영의 한 마디는 트리거가 됐다. 마침내 동수는 서도영의 제안을 받아 “당신은 김재열을 잡고, 난 문상국을 잡자.”고 의기투합한다.
한동수를 자극한 서도영의 한 마디는 캐릭터를 직관적으로 설명해준다. 우선 타이밍을 잴 줄 아는 치밀함이 있다. 타이밍이 올 때까지 인내하는 자제력도 있다. 후회없이 질러버리는 결단력도 있다. 쓰러진 심판의 안면을 심판마스크로 아작낼만큼 무자비하기도 하다.
전혀 일반적이지 않다. 침대에서 고요히 마지막 숨을 거두고 싶어 인생을 무탈하게 영위하려는, 가령 한동수 같은 보통 사람들과는 동떨어진 파격적 캐릭터다.
그리고 “이때다 싶으면 질러야지!”란 한 마디 속에 담긴 통쾌함이 열심히 살았지만 보상받지 못했던 한동수 내면의 야성을 일깨운 것 만큼은 확실하다.
이쯤에서 요양병원 방화를 되짚어 보자. 먼저 문상국과 김재열(주진모 분)은 한동수의 정확한 역할을 모른다. 문상국에게 한동수는 깜도 안되는 주제에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자신에게 가시를 곧추세운 고슴도치에 불과하다. 김재열은 그저 변호사란 것만 알 정도다. 온갖 안테나를 서도영에게 집중한 두 사람에게 한동수는 단지 서도영 측에 붙은 것만이 신경 쓰이는 잔챙이일 뿐이다.
그런 잔챙이를 나락으로 끌어내리기 위해 그 어머니가 요양받는 병원을 방화하는 거추장스런 수순을 밟았을까? 거슬렸고 치워버리기로 한 것은 맞겠지만 그럼 그냥 한동수 자체를 망가뜨리면 간단한 일이다.
그런 두 사람과 달리 서도영에게 한동수는 황금알 낳는 거위다. 인터넷 세상에 하우스를 열어 막대한 재화를 안겨주었다. 그 덕에 금배지 박충호(차순배 분)의 후원자로 나설만큼 위상도 올라섰다. ‘왕년의 주인’ 김재열과 같은 눈높이를 갖게 된 것이다.
그런 한동수가 호주 이민을 떠난단다. 황금알 낳는 거위가 울을 뛰어넘으려 날갯짓을 시작한 것이다. 충분히 내면의 욕심을 자극했음에도 불구하고 의지를 꺾지 않는다. 강압해 붙잡아둘 수도 있지만 구석에 몰린 쥐가 어찌 나올지 모른다. 그리고 어찌 나오든 생산적이지 않다.
그런 판에 식구파가 한동수 작업에 나선다는 첩보를 얻었다. 그림이 만들어질 만하다. 없는 사실이 아니니 창작의 수고 대신 각색의 품만 들이면 된다. 직접적으로 ‘황금 거위’ 한동수가 다쳐선 안된다.
한동수의 가족애는 익히 확인했다. 한범재(신재하 분)를 위협만 해도, 조카 이름만 들먹여도 찔끔한다. 아내 정혜영(최정인 분) 재판을 이기기 위해 제 가치관을 팽개치고 서도영의 검은 손도 잡았다. ‘자석’ 권오재를 통해 어머니에 대한 각별한 애정도 확인했다.
한 가지 더 이용 가능한 것이 문상국에 대한 한동수의 적의다. 내막은 모르지만 문로펌에서 쫓겨나고 변호사 자격정지를 주도한 정도보다는 훨씬 더 맹렬한 적의다. 사단이 벌어져 한동수가 문상국을 추궁한다손, 그리고 문상국이 부인한다손 한동수가 액면 그대로 믿을 리는 없는 관계다.
그런 문상국을 불구대천의 원수로 만든다면 과연 그 복수심을 속으로 누른 채 호주 이민을 떠날 수 있을까?
이 그림을 위해 방화가 문상국 소행임을 사전에 알릴 필요가 있다. 그러자면 권오재는 평범한 변호사가 눈치 챌만큼 어설프게 미행해서 들켜야 한다. ‘문상국이 노린다’는 전언을 위해.
물론 가정이다. 이 가정대로라면 한동수와 마주친 문상국의 반응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한동수가 “지금까지 이렇게 죽인 사람이 몇 명이나 되냐?”고 물었을 때 문상국은“할 일 없어서 그걸 일일이 세고 있냐?”고 반응했다.
한동수는 문상국의 범법행위 혐의를 뒤집어쓴 여직원의 죽음을 늘상 추궁해 왔다. 이날 한동수는 어머니의 죽음을 거론했지만 문상국으로선 “또 시작이네!” 싶어 아무 말이나 골을 지른 것일 수 있다. 목을 조르고 멀어지는 동수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문상국의 얼굴엔 ‘저 미친 놈!’ 싶은 표정이 떠올랐었다.
어쨌거나 한동수는 본인 표현 ‘터무니 없는’ 문성국 사냥을 위해 ‘위험한 남자’ 서도영의 손을 잡았다. 터무니 없는 일을 달성하기 위해서 벌일 한동수의 불법·탈법 행위들은 점차 권리 찾기로 각색될 모양이다. 마침내 서도영만큼의 악인이 될 테고 요양병원 방화가 가정대로 서도영 작품이라면 두 악인간 최후의 승부도 예비되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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