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OTT에도 ‘광고’ 상륙한다…티빙이 띄운 ‘요금’ 승부수
4개 프로필·콘텐츠 다운로드 등 넷플릭스 장점도 흡수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이 31일 '광고 요금제 도입'을 발표했다. 토종 OTT 중에서는 최초다. 이와 함께 오는 12월부터 신규 가입자 구독료를 인상하는 등 요금제를 전면 개편한다고 밝혔다. 최근 이용자 정체와 수익성 문제로 부진을 겪던 티빙이 파격적인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다.
12월부터 신규 가입 구독료 인상…서비스도 개편
티빙의 구독료 인상은 독립 출범한 2020년 이후 처음이다. 티빙의 베이직 요금제는 월 7900원에서 9500원, 스탠다드는 1만900원에서 1만3500원, 프리미엄은 1만39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오르게 된다.
기존 가입자에 대해서는 웹 가입자 구독료를 인앱 결제 수준으로 소폭 인상한다. 베이직 9000원, 스탠다드 1만2500원, 프리미엄 1만6000원으로, 내년 1~3월에 구독료 변경에 대한 사전 동의를 받는다는 방침이다. 동의할 경우 내년 5월까지 최대 3개월간 기존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후부터는 인상된 가격을 적용한다.
내년에는 광고와 손을 잡는다. 내년 1분기 중 광고를 시청하면 더 저렴하게 구독할 수 있는 광고 요금제를 출시한다. 업계에서는 티빙의 광고 요금제 도입과 구독료 인상이 예정된 일이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그동안 토종 OTT들은 요금제 개편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 글로벌 OTT들이 '사실상의 요금 인상'을 연이어 단행하며 이용자들의 비판을 받는 가운데, 출혈을 감수하면서도 구독자 수를 유지하기 위한 할인 전략 등을 펼쳐왔다.
그러나 '수익성'은 꾸준한 문제로 제기됐다. 티빙은 높아진 콘텐츠 수급 비용으로 인해 2020년 61억원, 2021년 762억원, 2022년 119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최근 이용자 수에서도 업계 3위였던 쿠팡플레이에 밀리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쿠팡플레이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563만 명으로 티빙(540만 명)을 앞질렀다.
티빙은 현재의 요금제 구조로 수익을 내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수익성 문제와 가입자 둔화 등의 정체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선택한 것이 '광고 도입'이다. 과거 소비자들은 광고 요금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지만, 최근 글로벌 OTT의 계정 공유 단속 움직임과 요금 인상이 이어지면서 저렴한 요금제에 대한 수요가 고개를 든 것도 광고 요금제 도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가입 장벽 낮춰 가입자 증가 노려…"광고는 새 성장 동력"
비록 시청의 불편함이 존재하지만, 광고 요금제에는 '저렴한 가격'이라는 큰 장점이 있다. 저렴한 구독료는 OTT 서비스의 가입 장벽을 낮춰 구독자 수를 늘릴 수 있다. 광고 요금제를 도입하면, 낮은 월 구독료를 원하는 이용자의 수요와 대형 플랫폼으로 부상한 OTT에 광고를 싣고자 하는 기업의 수요를 모두 충족시키면서 추가적인 수익이 창출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실제로 지난해 월 5500원의 광고 요금제를 출시한 넷플릭스는 가입자 증가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맛봤다. 넷플릭스는 지난 18일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전 세계 구독자가 876만 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0년 2분기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특히 넷플릭스는 광고 요금제 가입자가 전분기 대비 약 70% 증가했고, 광고 요금제를 도입한 12개국 신규 가입자의 30%가 광고 요금제 가입자라고 설명했다.
티빙도 광고와 손을 잡을 경우 성장 동력이 생긴다는 점에 주목했다. 티빙 관계자는 "국내외 OTT 시장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광고 사업이 부상하고 있고, 티빙도 변화에 발맞춰 광고 요금제 출시를 결정했다"며 "독보적인 콘텐츠 경쟁력을 통해 광고 시장 핵심 축으로 빠르게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밝혔다.
티빙은 요금 인상과 더불어 이용자 편의성을 확대할 수 있는 기능도 12월부터 도입한다. 프로필 개수를 4개로 늘리고, 콘텐츠를 다운로드 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하면서 넷플릭스의 장점을 흡수한다. 여기에 베이직부터 프리미엄 이용자까지 모두 4개의 프로필을 제공하고, 베이직 이용자도 TV 앱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등 서비스의 영역을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티빙을 시작으로 토종 OTT의 요금제 개편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대규모 적자를 줄줄이 기록한 국내 OTT 사업자들 사이에서 광고 요금제는 필수재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쿠팡플레이를 제외한 토종 OTT 3사(웨이브·티빙·왓챠)는 지난 7일 부산 해운대구 더베이101에서 개최된 국제 OTT 페스티벌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광고 요금제 도입을 수익 개선책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이태현 웨이브 대표는 "올해 말 또는 내년의 새 사업 모델을 고민하고 있으며, 광고 모델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광고 도입은 기존 구독형 서비스에서 포함할 수 없었던 영역의 매출과 가입자를 발굴한다는 의미"라며 "마지막에는 OTT에 들어오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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