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턴 기다리는 삼성전자…"내년도 HBM 공급, 업계 최고 역량"

한지연 기자, 오진영 기자 2023. 10. 31.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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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 종합

"내년 HBM(고대역폭메모리) 공급 역량은 업계 최고 수준, 이미 주요 고객사들과 공급 협의 완료"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업계 선두 기업으로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메모리 재고가 빠르게 감소하는 동시에 선단공정 기반 제품의 수요는 늘어나면서 시장은 반도체 업황이 저점을 통과했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곧 다가올 내년도 업턴(upturn, 상승 반전)시기에 시장 리더십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올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3분기 매출 67조4047억원, 영업이익 2조4336억원을 기록했다고 31일 공시했다. 전년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2.21%, 77.57% 줄었다. 다만 전기 대비로는 매출이 12.33%, 영업이익이 264.04% 증가하면서 회복세를 보였다. 올해 첫 조(兆) 단위 분기 영업이익이다. 불황 터널을 지나는 반도체가 여전히 적자를 기록했지만, 플래그십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와 디스플레이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가 전사 매출과 영업이익 개선을 이끌었다.

반도체 3분기 누적 적자 12.69조원, 내년도 업황 회복 전망
DS(반도체)부문의 3분기 기준 올해 누적 적자는 12조원을 넘겼다. 다만 HBM과 DDR(더블데이트레이트)5 등 고부가 제품 판매가 늘어나며 영업적자 규모를 전분기 대비 6000억원 가량 축소했다. 1분기와 2분기는 각각 4조5800억원, 4조3600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지만, 3분기는 3조75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이날 실적 발표 후 이어진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메모리 업황이 2024년에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며 "전방산업인 IT와 PC 수요가 회복되고, 공급 측면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감산이 내년에도 선별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제한된 캐팩스(CAPAX, 설비투자)내에서 HBM 중심 투자 쏠림이 더해져 선단공정 기반 제품은 수요가 성장 수준을 상회하는 것이 주목할만하다"며 "해당 제품 기준으로는 업황 회복이 조기에 시작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최근 AI(인공지능) 열풍으로 HBM과 DDR5 위주의 차세대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불황 속에서 수익성을 담보하는 사실상 유일한 제품으로 평가받으면서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모든 메모리 업체들이 HBM 개발과 양산에 집중 중이다. 김 부사장은 "내년도 HBM 공급 역량이 업계 최고 수준으로, 올해 대비 2.5배 물량을 확대할 것"이라며 "해당 물량에 대해 주요 고객사들과 이미 공급 협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어 "HBM3(4세대)는 내년 상반기 내 HBM 전체 판매 물량 가운데 비중이 과반을 넘길 예정이고, 하반기에는 HBM3E(5세대)로의 급격한 전환으로, 더욱 높아지고 있는 AI 시장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선단 공정 위주의 제품 확대와 동시에 레거시 제품 위주의 선별적 감산은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했다. 김 부사장은 "생산량 하향 조정이 지속되면서 당사 재고 수준이 지난 5월 피크아웃 이후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감소 중"이라며 "특히 4분기엔 더욱 빠른 속도로 재고 수준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빠른 시간 내 재고 정상화를 구현하기 위해 추가적 생산량을 선별 조정하겠다"면서 "특히 D램 대비 낸드 생산 조정 폭이 당분간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메모리 가운데서도 낸드가 D램보다 업황이 더욱 어려워 수익성도 더 낮다. 삼성전자는 낸드 수익성 강화를 위해 V7과 V8 등 선단공정 전환 가속화에 집중하고 V9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설명했다.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 역시 HBM과 첨단 패키징 공정인 2.5D패키지 중심으로 공급 능력을 확대하며, 수급 상황에 따라 증설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파운드리 부문의 경우 고성능컴퓨팅(HPC)중심으로 역대 최대 분기 수주를 달성했다.

스마트폰·디스플레이 실적 견인…시설 투자 지속
삼성디스플레이는 3분기 매출 8조2200억원, 영업이익 1조9400억원을 기록했다. 갤럭시Z플립과 Z폴드 5시리즈 출시, 애플의 아이폰 15 시리즈 출시에 힘입어 중소형 부문의 이익이 전분기 대비 대폭 증가했다. 최권영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은 "8세대 IT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투자가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며 "차별화된 화질과 얇고 가벼운 OLED 경쟁력을 바탕으로 기술력과 시장 선점에서 경쟁 우위 공고히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IT뿐만 아니라 오토모티브(차량)과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등 신사업으로도 OLED 혁신 확산하겠다"고 덧붙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초 8세대 IT용 OLED 설비 투자 계획을 밝혔다. 2026년부터 노트북과 태블릿 등에 쓰이는 디스플레이가 양산될 예정이다.

스마트폰과 생활가전·TV, 네트워크를 담당하는 DX(디바이스 경험)부문은 3분기 매출 44조200억원, 영업이익 3조7300억원을 기록했다.

어느새 삼성전자의 '아픈 손가락'이 된 생활 가전 사업 분야와 관련해선, 내년도 턴어라운드(실적 호전)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추진한 제조 자동화와 SCM(공급망)개선이 가시화되면 2024년엔 턴어라운드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AI 에너지 모듈을 확대 적용하고, 제품이 스스로 상황을 감지하고 사용 패턴을 학습해 사용자 맞춤 기능을 제공하는 '비스포크 위드 AI 케어 솔루션'을 전제품 동시 적용해 전세계 동시 런칭하겠다고 밝혔다.

MX(스마트폰)사업 부문은 폴더블 폰을 필두로 플래그십 스마트폰 시장에서 견조한 지위를 유지했다. 다니엘 아라우조 상무는 "내년에도 폴더블폰 전지역 성장세가 전망된다"며 "노트북과 태블릿으로의 폴더블 확산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전장 자회사 하만은 전장 고객사 수주 확대와 소비자 오디오 판매 확대에 힘입어 매출 3조8000억원, 영업이익 4500억원으로 역대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삼성전자는 부진한 실적과 관계없이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지속한단 방침이다. 3분기 시설투자는 총 11조4000억원으로, DS부문이 10조2000억원, 디스플레이가 7000억원을 차지했다. 연간 기분으로는 총 53조7000억원을 집행할 예정이며 이는 연간 최대 시설 투자 집행 규모다. 사업부 별로는 DS가 47조5000억원, 디스플레이가 3조1000억원 규모다.

한지연 기자 vividhan@mt.co.kr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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