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만나자던 약속 45년만에 이뤘다...대구서 상봉한 형제
“오매불망하던 동생을 만나 한 없이 기쁩니다.”
지난 30일 대구 중부경찰서에서 윤모(86)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날 윤씨는 남동생(77)과 45년만에 고국에서 재회했다. 두 형제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지난 1978년 윤씨는 거듭된 경제적인 문제로 아내와 함께 미국으로 떠났다. “도저히 한국에선 길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고국을 떠나기 전 윤씨는 대구에 살던 동생 윤씨에게 “형이 먼저 가서 기반을 잡고 부를테니 그때 꼭 다시 만나자”고 했다. 당시 동생은 직장을 다니고 있어서 형과 함께 갈 수 없었다고 한다.
미국으로 건너간 윤씨는 갖은 고생 끝에 취직에 성공했다. 그러나 연고가 없는 타국에서 외국인 이민자가 정착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어느 정도 안정이 됐을 무렵 윤씨는 고국의 동생에게 “이제 건너오면 되겠다”고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당시 동생 윤씨는 섬유 사업을 한창 일구고 있어 쉽사리 대구를 떠날 수 없었다.
형제는 간간이 연락을 이어갔지만, 이후 동생이 사업에 실패하면서 연락이 두절됐다고 한다. 휴대폰이 흔하던 시절이 아닌데다, 동생 집 전화 회선도 끊겼기 때문이다. 형은 미국에서 동생의 소식을 수소문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동생 역시 사업 실패 이후 매일 술에 의지해 보내다시피 했다고 한다. 동생은 “형에게 차마 연락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형 윤씨는 미국에서 자녀를 출가시켰고 어느덧 구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형은 더 늙기 전 동생을 만나고 함께 부모의 산소를 찾아뵙고 싶어 한국을 찾았다. 고국을 찾은 윤씨는 숙소 근처에 있던 대구 중부경찰서를 들러 실종자 신고를 했다. 윤씨가 알고 있던 것은 동생의 이름 뿐. 하지만 경찰은 주민등록 조회 등을 통해 1시간만에 동생 윤씨가 현재 수성구에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했고, 신고자인 형과 형제 관계임을 확인했다. 45년만에 두 형제가 재회하게 된 순간이었다.
동생은 “오래 전 형이 미국 이민을 간 뒤, 나도 연락을 못하고 지냈는데 이렇게 만나게 돼 반갑기 그지없다”고 했다. 형은 “시간이 더 지나면 찾을 수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동생과 만나게 돼 기쁘다”며 “함께 부모님 산소를 찾아뵙고 인사를 드릴 수 있게해준 경찰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대구 중부경찰서 유동호 형사과장은 “오랫동안 생사를 모르던 가족의 상봉을 도울 수 있어 보람된 일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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