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나왔으니 환불" 자작극 유튜버에 벌금형

유튜버 "누명 써서 억울하다" 무죄 주장

춘천지법. 연합뉴스

강원 춘천시 한 햄버거 가게에서 "머리카락이 나왔다"며 음식값을 환불받은 유명 유튜버가 벌금형에 처했다.

춘천지법 형사2단독 김택성 부장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27)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고 31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8월 모친 B씨와 한 햄버거 가게를 방문했다. 이후 그들은 주문한 음식에서 머리카락이 나왔다는 이유로 2만7800원을 환불받아 재산상 이익을 거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B씨는 종업원에게 머리카락을 올려놓은 냅킨을 보여주며 "음식에서 머리카락이 나왔으니 환불해달라. 메뉴를 전부 나눠 먹었기 때문에 전부 환불받아야 한다. 같이 먹던 딸(A씨)은 비위가 약해 구역질을 하러 갔다. 기분이 너무 나쁘다"며 환불을 요구했다.

수사기관은 모녀가 환불받기 위해 의자 등받이에 걸려 있던 담요에서 발견한 머리카락을 냅킨에 올려놓고는 자작극을 벌였다고 보고 이들 모녀를 벌금 30만원에 약식으로 기소했다.

법원이 CCTV 영상에 찍힌 정황을 토대로 이를 받아들여 30만원의 벌금형 약식명령을 내렸다. 다만 A씨는 결백을 주장하며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A씨가 갑자기 옆 좌석 등받이에 걸린 담요에서 머리카락을 떼어낸 뒤 냅킨에 올려놓은 사실, 이후 B씨가 냅킨을 끌어당겨 살펴보고 A씨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냅킨을 가리킨 후 나간 사실, A씨가 B씨에게 돌아와 선결제한 카드를 건넨 뒤 나간 사실, B씨가 종업원을 불러 환불을 요구한 사실을 증거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가 이런 행동을 한 이유와 경위와 관련해 이해할 만한 설명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며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행동했을 개연성이 더 커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범행 수법이 매우 불량하고 가로챈 금액의 정도를 떠나서 이런 범행으로 인해 요식업 종사자들이 겪는 정신적인 고통과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보이는 점, 그런데도 피고인이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점 등에 비춰 엄벌이 필요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법정에서 "그간 살면서 베풀진 못해도 죄는 짓지 않겠다며 살았는데 누명을 써서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500만원의 벌금형을 내리면서 이례적으로 소송비용도 피고인이 부담하라고 명령했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