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규 칼럼] 플랫폼과 ‘올가‘라는 이름의 열차
(지디넷코리아=이정규 비즈니스 IT컬럼니스트)보통 관리자는 직원들이 질서를 잘 따르도록 만든다. 그러나 관리자는 새로운 질서(영어로 Norm이라고 부른다)를 만들 권한은 없다. 반면, 리더는 새로운 질서를 설계하는 사람이다. 세상이 바뀌어 모두의 예상과 달리 앞뒤가 안맞을 때, 질서의 재편이 필요한 시점이 된다. 바로 탁월한 리더가 두각을 나타낼 때이다.
IT업계에서도 기존 질서를 부수고, 새로운 질서의 생태계를 만드는 특출난 이들이 있다. 바로 플랫폼 오너이다. 글로벌 플랫폼 오너로는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구글, 에어비앤비, 우버 같은 회사이다. 카카오와 네이버도 우리나라의 플랫폼 오너들이다.
플랫폼은 ‘펴진’이나 ‘평평한’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platnus에서 유래했다. 기차역 ‘플랫폼’의 바로 그 단어다. ‘기차’라고 하니 영화 ‘설국열차’가 생각난다. 영화에서 총리로 등장한 여배우는 저항세력을 향해서 이런 대사를 날린다.
“우리가 집으로 삼은 이 기차에서 단 하나만이 우리를…지켜준다. 옷? 보호막? 아니, 질서!”
설국열차의 대사처럼 플랫폼 오너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려 한다. 그들은 사람들이 기차에 탄 이상 플랫폼의 질서, 소위 '놈(Norm)'을 지키도록 강제한다. 탑승자들이 질서를 잘 지키면 플랫폼은 지속 가능하다. 그렇지만 탑승자가 플랫폼에 저항하고 ‘질서앓이’를 시작하게 되면 그 플랫폼은 언젠가 파괴된다.
설국열차에는 성스럽다는 뜻을 가진 '올가'라 불리는 멈추지 않은 기관차가 있다. 멈추지 않는 영구엔진은 물리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지만 스마트한 엔지니어라면 효율이 높은 엔진은 만들 수 있다. 효율이 높아서 오랜 동안 잘 달리는 플랫폼은 뭔가 다른 성공요소을 가진다.
이러한 플랫폼의 성공요인은 N.E.W.(Networked, Ethical, Walled)라는 세글자로 풀어볼 수 있다. 첫째는 상승하는 네트워크 효과(Networked Effect)를 도모해야 한다. 둘째는 네트워크 윤리(Networking Ethics)의 관리체계를 잘 운영해야 한다. 세째는 독점적 생태계(Walled Gardening)를 만들어야 한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명확히 구별되는 전통적인 파이프라인 산업의 경우에는 사용자의 수가 늘어남과 더불어 인프라 비용의 요구도가 더많이 증대되어 성장곡선이 완만한 커브를 그린다. 그러나 디지털 산업의 경우는 인프라 비용의 증가가 미미하여, 사용자의 수가 늘어날수록 기하급수적인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 이를 디지털경제의 첫번째 성공요인인 ‘네트워크 효과’라 부른다. 네트워크 효과를 빠르게 달성하는 기업이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영화 설국열차에서는 '올가'의 유지를 위해 어린이들을 착취하는 상황이 묘사된다. 이러한 비인도적인 상황에 분노를 느낀 플랫폼 탑승자는 결국 “올가”를 멈추고 기차를 탈선시킨다. 플랫폼 오너들이 도모해야할 두번째 성공요인이 ‘네트워크 윤리’인 이유이다. 네트워크 윤리를 준수하지 않는다면, 성공을 구가하는 플랫폼이었다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탈선한 설국열차로 전락할 것이다.
세번째 성공요인인 독점적 생태계 구축은 플랫폼 상의 거래당사자가 플랫폼에 더욱 의존하게 함으로 대체 플랫폼의 출현과 성장을 저지하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플랫폼 오너들은 고객의 개인화된 정보를 더욱 축적하여 고객경험을 고도화 시키거나, 무료 서비스의 제공을 통하여 많은 소비자 시장을 확보하여 공급자에게 매력적인 시장을 만들려고 한다.
이미 현대 사회는 플랫폼 사회로 진화했다. 그러나 성공을 구가하는 작금의 플랫폼도 N.E.W. 전략에 실패하면 언젠가는 파괴된다. 네트워크 효과는 플랫폼을 우회하는 직거래의 팽창으로 망가질 수 있다. 네트워킹 윤리는 가짜 거래와 악성사용자를 방치함으로서 깨져버릴 수 있다. 또한 대체 플랫폼의 등장으로 사용자의 선택 폭이 넓어지면 독점적 생태계는 망가진다.
세상에 무한정 달리는 영원한 플랫폼 ‘올가’는 있을 수 없다. 영화에서 설국열차의 탑승자들은 철로를 탈선한 기차 밖의 세상을 마주하게 된다. 승객들은 없으면 죽을 것같이 매달렸던 설국열차 밖의 세상이 살아갈만 하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다시 땅이 따뜻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을 위한 진정한 ‘올가’ 플랫폼은 기술로 질주하는 설국열차가 아니었다. 기억해야 한다! 138억년의 우주와 46억년의 지구 생태계가 우리가 지켜야할 진정 성스러운 ‘올가’ 플랫폼이다.
이정규 비즈니스 IT컬럼니스트(dominic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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