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짜리 재료 아껴드려요…데이터 분석 통해 정교한 가상 가공"

신영빈 기자 2023. 10. 3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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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백광희 한국지멘스DI 모션컨트롤 사업본부장

(지디넷코리아=신영빈 기자)산업용 기계 개발은 수 많은 시운전과 검증이 필요한 일이다. 이전에는 재료를 직접 가공해보면서 소요 시간이나 결과물을 확인해야 했다. 특히 고가의 소재를 대상으로 시험하는 경우 상당한 비용이 발생했다.

최근엔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제를 모사한 가상 환경에서 많은 시운전 시간을 아낄 수 있게 됐다. 움직임만 구현하는 수준이 아니다. 축과 좌표를 계산하고 주변 환경과 재료 물성치를 계산해 현실에 가까운 계산이 가능해졌다. 공작기계가 디지털화되는 과정이다.

한국지멘스 디지털 인더스트리(DI) 공작기계 사업부는 이같은 정교한 시뮬레이션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지멘스는 1994년 컴퓨터 수치제어(CNC) 소프트웨어 ‘시누메릭 840D(Sinumerik 840D)’를 선보이고 기술을 고도화했다. 지난해에는 신제품 ‘시누메릭 원(Sinumerik One)’을 국내 출시하면서 시스템을 전환하는 과정에 있다.

한국지멘스는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열린 ‘창원국제스마트팩토리 및 생산제조기술전(SMATOF 2023)’에서 공작기계 가상 시운전 환경 구축 기술을 소개했다. 

지디넷코리아는 현장에서 백광희 한국지멘스DI 모션컨트롤 사업본부장을 만나 구체적인 제품 설명과 사업 전략을 들어봤다.

백광희 한국지멘스DI 모션컨트롤 사업본부장 (사진=신영빈 기자)

■ "수억 원짜리 재료 아껴드립니다"

백 본부장은 “공작기계 사용자들의 절삭 가공시간은 단순 부품의 경우 수 시간만에 완성할 수도 있으나, 어떤 고객사의 경우 제품 가공 시간이 수 주일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며 “재료가 가끔 수억 원에 달 수 있는 매우 비싼 경우도 있으므로 가공 중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없애는 것은 생산 목표에서 매우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이며, 이로 인한 비용 절감과 기계 가동 시간의 생산성 향상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누메릭 원은 디지털 트윈 관점에서 실제와 거의 동일한 시뮬레이션이 가능해 생산 시간을 단축하고 가공품 품질도 높일 수 있다”며 “지멘스 공장에서도 최근 디지털 트윈이 장착된 공작기계만 도입하고 있으며, 이를 통한 생산성 향상을 직접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지멘스는 고객이 필요로 하는 부분에 따라 솔루션을 준비하고 있다. 크게 가상 가공과 가상 시운전으로 구분된다. 가상 가공은 공작기계 오퍼레이터, 수치제어(NC) 프로그래머를 대상으로 한다. 제품 생산과 가공 과정을 가상 환경에서 먼저 완성 후 실제 환경에 그대로 적용 검증할 수 있게 된다.

가상 시운전은 기계 제작사를 지원한다. 기계의 설계, 엔지니어링, 시운전, 유지보수 및 서비스 등이 해당 솔루션에 포함된다. 장비 제조사들이 어떻게 장비를 빠르고 효과적으로 개발할 수 있을 것인지에 초점을 맞췄다. 장비를 개발할 수 있는 가상의 환경을 구축해 디지털 트윈을 제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지멘스 NX 머신 툴 시뮬레이션이 작동하는 모습 (사진=신영빈 기자)

■  "데이터 확보 중요…여러 분야에서 효율성 높여"

백 본부장은 디지털화와 동시에 데이터 확보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산업 자동화 시장에서 생산 방법에 대한 접근보다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에 주목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백 본부장은 “제품을 생산할 때 온도나 속도, 여러 센서에 입력되는 수많은 운전 등 데이터를 축적해왔다”며 “이런 데이터는 실제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굉장히 많고 비용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한 예로 공작기계 가공 중 절삭 공구 수명이 다해 파손이 일어날 경우, 이를 교체하면서 다운타임 등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며 “절삭 공구의 가공환경 데이터 분석을 통해 수명기간을 예측하고 적절한 시점에 교체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백 본부장은 또한 “인공지능(AI) 기반 엣지 컴퓨팅 등 빅데이터 관리에 대한 시장이 발달할 것”이라며 “이런 데이터 수집을 위해서는 신설투자 장비와 지멘스 ‘브라운필드 커넥티비티(BFC)’ 솔루션으로 노후화된 장비들의 연결성을 확립해 투자비용 대비 생산성 향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멘스 머신 툴 디지털 트윈 인터페이스 (사진=신영빈 기자)

■ "디지털 전환 가속화 전략…플랫폼·인재 양성 노력 중"

한국지멘스DI 공작기계 사업부는 이외에도 개방형 디지털 비즈니스 플랫폼 ‘지멘스 액셀러레이터’를 구축하고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가속화하고 있다.

백 본부장은 “지멘스 엑셀러레이터는 개방형 디지털 비즈니스 플랫폼으로서 다자간 협력과 혁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며, 파트너와 전문가·개발자 등 모두에게 개방되어 있다”며 “이렇게 개발한 솔루션은 마켓플레이스에서 분석, 교육, 교환 및 구매를 할 수 있도록 구축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빠른 디지털 전환 사이클을 조성하고 산업 네트워크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지멘스 엑셀러레이터는 산업, 건물, 인프라, 모빌리티 분야에 걸쳐 다양한 규모 고객이 디지털 전환과 가치 창출을 가속화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2021년에는 서비스형 엑셀러레이터(Xcelerator as a Service)를 클라우드로 확장하는 형태로 출시했다.

국내 인재 양성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백 본부장은 설명했다. 일례로 올해 10주년을 맞은 ‘지멘스 디지털 CNC 경진대회’를 꼽았다.

백 본부장은 “지금까지 약 5천 명의 국내 고등학생과 대학생이 이 경연대회에 참여해 직간접적으로 지멘스 CNC를 경험해 본 것으로 추산된다”며 “국내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보급 대수가 낮은 지멘스 NC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향후 산업 분야를 주도할 젊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시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현명한 투자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도내 우수 고등학생을 선발하여 지멘스의 체계적인 미래 산업 기술에 직접 참여하며 협업할 수 있는 기간제 근무 경험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러한 미래 산업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다양한 공로를 인정받아 최근 교육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지멘스 창원국제스마트팩토리 및 생산제조기술전(SMATOF 2023) 부스 (사진=신영빈 기자)

■ "생산성 향상 제품 지속 출시…'고객 중심 접근' 중요"

백 본부장에 따르면 한국지멘스는 향후에도 고객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여러 제품과 솔루션을 지속해 선보일 계획이다. 단기적으로는 내년 4월 열리는 대한민국 최대 생산제조기술 전시회 ‘심토스(SIMTOS) 2024’를 준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고객 중심적인 접근을 강조하면서 이를 위한 몇 가지 핵심 원칙을 세웠다. 먼저 ▲강력한 동반자 관계를 구축할 것 ▲혁신적인 디지털 솔루션을 제공할 것 ▲고객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데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것 ▲선진 기술을 소개하기 위해 의미 있는 행사를 꾸준히 개최할 것 등이다.

백 본부장은 “다각적인 전략으로 고객들의 변화하는 요구에 빠르게 대응하고, 혁신적인 기술과 솔루션을 통해 고객의 성공을 지원하며 지속 가능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백광희 한국지멘스DI 상무 프로필

- 2018년~현재, 지멘스DI 모션컨트롤 사업부 본부장
- 2017~2019년, 성균관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석사
- 2012~2015년, 지멘스 싱가포르 아시아 지역본부 근무
- 2008년, 지멘스 자동화사업부문 입사
- 2006년, 서울산업대학교 기계공학부 자동차공학과 졸업

신영빈 기자(burger@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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