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위망 좁히는 이스라엘…가자시티 ‘2차대전 이후 최악 시가전’ 초읽기

김서영 기자 2023. 10. 3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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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가자시티에서 30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폭격 이후 집을 떠나고 있다. AP연합뉴스

가자지구 최대 도시인 가자시티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시가전이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적어도 세 방향에서 가자지구에 침투해 가자시티를 사방에서 포위해 나가고 있다. 하마스의 땅굴을 경계하며 천천히 나아가고 있지만, 이같은 진격 방향대로라면 가자시티 시가전은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현재 가자시티에는 남쪽으로 대피하지 못한 20만명 이상의 민간인과 부상자가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사회의 휴전 요구는 점점 커지고 있으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휴전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3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전쟁의 시간이다. 휴전 요구는 하마스에, 테러에, 야만에 항복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서남북 포위망 좁히기…최대 규모 시가전 ‘목전’

가자지구 지상전 4일 차를 맞은 이날 뉴욕타임스(NYT)·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먼저 가자지구 북쪽의 에레즈 교차로 양 옆의 모퉁이로 동시진입해 북에서 남으로 밀고 내려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자국군의 정확한 위치를 밝히지 않았지만 이스라엘군이 공개한 사진·영상, 현지 목격담, 위성사진으로 확인한 탱크 바퀴 자국 등을 토대로 이같이 추정되고 있다.

에레즈 교차로 동쪽 경로로 진입할 당시에는 이스라엘군과 하마스 대원 사이에 교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땅굴에서 나오는 수많은 테러리스트”를 사살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가자시티로 향하는 경로에 있는 도시인 베이트하눈 인근에서 이스라엘 장갑차들이 목격되기도 했다. 베이트하눈은 지상군 투입에 앞서 이스라엘 공군이 맹폭을 가했던 곳이다.

에레즈 교차로 서쪽 경로에서도 대규모 장갑차와 탱크의 이동이 확인됐다. 이 방향으로 계속 진격하면 가자시티에서 인구밀집도가 가장 높은 구역 중 하나인 샤티 난민촌이 나온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의 옆구리를 뚫고 들어와 남에서 북으로도 진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목격담에 따르면 가자시티 이남의 살라 알딘 도로에서 이스라엘 탱크와 장갑차가 발견됐다. 살라 알딘 도로는 가자지구 전체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동맥으로, 이를 끊으면 가자지구는 위 아래 둘로 쪼개진다. 미 싱크탱크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의 마이클 나이츠 연구원은 이스라엘군이 이 요충지를 확보함으로써 “하마스의 재보급을 방지하고 민간인을 남쪽으로 내보낼 수 있게된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말했다.

현재 가자시티를 동서남북에서 사각형으로 에워싸고 있는 이스라엘군이 이대로 포위망을 좁히며 진격할 경우 가자시티에서 벌어질 시가전은 시간문제가 된다. 가자시티 시가전의 규모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시가전으로 꼽히는 이라크 모술 전투(2016~2017년)를 능가하리란 전망이 나온다.

모술 전투는 미국 주도 연합군이 이슬람국가(IS)를 소탕하기 위해 벌였던 작전으로 9개월 동안 이어졌다. 모술에는 고층 건물이 별로 없었고, IS의 전투 준비 기간도 약 2년에 불과했다. 반면 가자시티에는 6층 이상 건물이 약 60개 있으며, 15년 동안 하마스가 준비해 온 길이 약 500㎞에 달하는 땅굴이 있다.

시가전은 대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가자시티에는 20만명 이상의 민간인이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된다.이스라엘은 북부 주민들에게 가자지구 남부로 대피하라고 여러차례 경고했지만, 북부 주민 약 3분의 1은 계속되는 이스라엘의 공습 때문에 피난을 떠나지 못했거나 고향을 떠나길 거부하며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자시티의 인구는 전쟁 전 약 65만명에 달했다.

이들은 주로 유엔이 운영하는 학교나 병원에 대피 중이다. 가자지구 북부 10개 병원에는 피난민 약 11만7000명이 머물고 있다. 유엔은 알시파 병원에 5만여명, 알쿠드스 병원에 1만4000여명이 몰려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알시파 병원 지하에 하마스의 지휘통제소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가자시티 내 병원들도 ‘작전지역’으로 규정했다. 시가전 와중 병원에서 군사행동이 벌어질 경우 생명유지장치를 달고 있는 중환자 및 민간인들의 인명 피해가 우려된다.

이스라엘, ‘이유 있는’ 느린 전진
이스라엘군 탱크가 30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로 진격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다만 이스라엘은 속전속결로 치고 들어가지는 않고 있다. 이번 진격 속도는 이스라엘이 과거 가자지구에서 벌인 군사작전에 비해 느리다는 평이 나온다. 장기전을 감수하겠다고 밝힌 만큼 인질의 안전과 전술적 이점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 전직 이스라엘군 사령관은 “천천히 이동하면 군의 측면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로이터에 밝혔다. 이어 “하마스 대원이 땅굴이나 밀집된 도시 지역에서 나올 때까지 미끼를 주고 기다려서, 이들을 더 쉽게 사살할 수 있는 개방된 지역으로 끌어내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는 자군 사상자를 최소화하려는 의도도 있다. 2014년 가자지구에서 하마스 땅굴 제거 임무를 지휘했던 벤 밀치는 “이스라엘군은 매복과 기습 공격을 받지 않기 위해 땅굴을 확실히 제거하느라 체계적으로 느리게 진군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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