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신뢰예요"...전청조 밈 무분별 확산 괜찮나
조롱거리로 전락, 온라인서 연일 도배돼
위메프 등 마케팅 문구 "I am" 활용 화제
"실제 피해자 발생한 일... 사용 지양해야"
전 국가대표 펜싱 선수 남현희(42)씨의 전 연인 전청조(27)씨가 사기 행각을 벌이면서 쓴 엉터리 말투가 유행하면서 기업 광고에까지 활용되고 있다. 일각에선 피해자가 다수 발생한 사기 혐의 피의자 말투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광고업계에 따르면 최근 기업 홍보 문구에 '전청조 밈'(meme·인터넷유행어)이 대거 등장했다. 전청조 밈은 전씨가 뉴욕 출신인 것처럼 사기 피해자들을 속이기 위해 영어와 한국어를 섞은 'I am(나는) 신뢰에요'라는 메시지를 말한다.
전자상거래업체 위메프는 최근 화장지 특가 판매 메시지를 고객들에게 전송하며 'I am 특가에요~' '광고 OK(알겠다)..' 'Next time(다음)은 없어요~!'라는 문구를 활용해 관심을 끌었다. 경기 과천시 서울랜드도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I am 단풍이에요" "Next time은 내년이에요" "family(가족)와 friend(친구)랑 같이 오면 I am 넘 행복한 단풍 나들이에요"라며 가을 축제 방문을 독려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전청조 밈을 활용한 광고 사례들이 넘쳐난다. 한 병원은 전청조 밈을 활용한 홍보 포스터를 만들어 공개했다. 해당 병원 원장과 직원이 카카오톡 대화를 나누는 콘셉트로, "하루만 휴진할 수 있을까?"라고 묻는 원장에 직원이 "환자분들이 기다리신다"고 받아친다. 이에 원장이 "Ok... 그럼 Next time에 휴진할게요" "Wife(아내)한테 다녀와도 되냐고 물었더니 ok 했어서 물어봤어요. But(하지만) 우리 Patient(환자)와 같이 있으면 I am 행복이에요"라고 답을 남긴다. 이 포스터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밈 적응이 빠른 의사'라는 제목으로 유명해졌다.
증권업계도 전씨의 말투를 활용하고 있다. 30일 한국투자증권의 한 연구원은 기업 분석 보고서 제목을 'I am 신뢰에요'라고 썼다. 유진투자증권도 리포트 제목을 '2개 분기 연속 흑자 I am 기대해요'로, DB금융투자도 한 기업 리포트 제목을 'I am 모범생이에요~'로 발간했다. 주식중개업체인 현대차증권도 최근 발간한 리포트에서 'I am 탑픽이에요' 'I am 기대치 상회에요' 등 전씨 말투를 모방했다.
연예계에서도 전씨 말투를 패러디한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코미디언 엄지윤은 3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OK.. Next Time… I AM 엄청조"라는 글과 함께 선글라스를 낀 채 경호원 4명에 둘러싸인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전씨가 경호원을 대동한 사진을 연상케 한 이 게시물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삭제됐다. SBS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 29일 방영분에서도 코미디언 지석진이 "나 가수야"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I am 가수예요'라는 자막이 등장했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103108250001525)
이처럼 개인을 넘어 기업, 공중파 방송에서도 전씨의 말투가 남발되면서 비판도 나온다. 일부 누리꾼들은 "범죄 혐의자의 말투를 광고에 쓰는 건 부적절한 것 같다"거나 "범죄 혐의에 대한 희화화가 무분별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들은 "남의 불행이나 슬픔은 웃음거리로 전락해도 되는 거냐"며 "전씨에게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상처받을 것 같아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위근우 대중문화평론가는 3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명백한 사기 피해자들(남현희를 제외하고도)을 양산한 사기꾼이 사기를 위해 쓴 말이라면 적어도 기업 마케팅에서는 지양해야 하지 않겠나"며 "사기꾼에 대한 비웃음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이런 사기에 속은 사람들에 대한 비웃음까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26일 JTBC 보도에 따르면 뉴욕 출생 재벌 3세 행세를 하던 전씨는 같은 아파트에 살던 사업가 A씨에게 접근해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전씨는 A씨에게 “Ok.. 그럼 Next time에 놀러 갈게요. Wife한테 다녀와도 되냐고 물었더니 ok 했어서 물어봤어요. But you friend와 같이 있으면 I am 신뢰예요"라며 영어가 섞인 문자를 보냈다.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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