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장기금리 '1% 초과' 허용…마이너스 금리도 바뀔까

금융정책결정회의서 YCC 정책 수정… 미국과 금리차 부담에 '상한' 높여

(도쿄 로이터=뉴스1) 정지윤 기자 = 일본 도쿄에 위치한 일본중앙은행(BOJ)의 외경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일본은행이 수익률곡선제어(Yellow Curve Contro, 이하 YCC) 정책을 수정해 장기 금리(10년물 국채의 이자율) 1% 초과를 허용하기로 했다. 일본의 금융정책이 정상화 단계에 가까워졌다는 신호로 읽히는데, 실제 금리를 언제 바꿀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31일 아사히신문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장기 금리를 낮게 억제하는 YCC 정책을 수정하기로 결정했다. 사실상 수익률 상한선으로 잡아온 1.0%를 넘는 것도 일정 정도 용인하겠단 방침이다. 장기금리를 0% 정도로 유도하고 단기금리를 -0.1%로 적용하는 금융완화 정책 틀은 유지하기로 했다.

장기 금리가 1%에 육박해 대규모 국채 매입 부담을 덜기 위한 취지로 보인다. 일본은행은 YCC의 틀 자체는 바꾸지 않고 마이너스 금리 정책과 상장투자신탁(ETF) 등의 자산 매입 방침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은행은 앞서 7월 장기금리 상한을 0.5% 정도에서 1.0%로 사실상 끌어올렸다. 당시 회견에서 우에다 카즈오 총재는 1%를 '마음을 위한 상한 캡'으로 삼겠다는 견해를 보였다. 그러나 이후 미국 국채의 장기금리 상승으로 일본 국채의 장기금리도 상승했다.

일본은행이 장기금리 1%를 유지하려면 국채를 대량으로 사야 하는데, 이럴 경우 엔화 약세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실제 미 금리 상승으로 일본과의 금리 격차가 커지면서 지난 26일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장중 한때 150.28엔까지 하락했다. 이는 1990년 8월 이래 3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날 시장은 일본은행의 YCC 정책 수정에 베팅, 오전 한 때 일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10년래 최고치인 0.955%까지 급등했다가 상승폭을 줄였다. 엔화는 금리인상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강세를 보였으나 정작 발표된 후엔 달러 대비 150선을 넘으며 약세를 보였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는 시장 참가자들이 일본은행이 여전히 글로벌 중앙은행 중 이례적으로 경기부양에 전념하고 있다고 믿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지난주 블룸버그가 설문 조사한 45명의 경제학자들 중 다수인 4분의 3이 인플레이션 지표가 발표되기 전에는 일본은행의 정책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우에다 가즈오 총재는 경제 회복을 촉진하기 위해 일본은행이 초완화 정책을 고수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혀왔다. 정책 전환에 앞서 긍정적인 인플레이션 사이클을 뒷받침하기 위해선 강력한 임금 상승이 중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일본은행은 이날 3개월에 한 번 재검토하는 경제·물가 전망(전망 리포트)도 공표했다. 소비자물가지수(신선식품 제외)의 상승률 전망치를 올해는 2.8%, 2024년 2.8%, 2025년은 1.7%로 각각 상향했다. 당초 지난 7월에는 올해를 2.5%, 내년은 1.9%, 2025년도는 1.6%로 전망했었다.

일본은행은 주요 물가 지표가 2024 회계연도까지 3년 연속 목표치인 2%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1992년 이후 일본이 이처럼 꾸준한 물가 상승률을 보인 것은 30여년 만에 처음이다. 우에다 총재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정책 수정 이유 등을 설명할 전망이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