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이재명 첫 대화 나눴다…여야 협치 계기 될까

尹 "국회 협조 부탁" 李 "정책·예산 대대적 전환을"
총선 앞 대결구도 불가피…강대강 대치 계속될 듯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공동취재) 2023.10.31/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김경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31일 만나 대화를 나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환담을 나누는 자리는 이번이 처음이었던 만큼, 여야 협치의 계기가 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다만 정치권은 대화 복원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극한 대치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 등 5부 요인, 여야 지도부와 비공개 사전 환담을 가졌다.

이날 사전 환담에선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만남이 정치권의 큰 관심사였다. 이 둘은 정부 행사에서 대면한 적은 있지만, 소통을 한 적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사전 환담 모두 발언에서 "어려운 민생을 저희가 해결하고 또 여러 가지 신속하게 조치해 드려야 될 것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국회의 많은 협조를 부탁 드린다"며 "저희들도 민생의 어려움에 대해서 계속 현장을 파고 들며 경청하고, 국회에도 잘 설명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민생 예산을 반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과 잠시 만나 뵙는 자리에서 우리 현장의 민생과 경제가 너무 어렵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정부 각 부처들이 지금까지와는 좀 다른 생각으로 현장에 좀 더 천착하고, 정책이나 예산에 있어서 대대적인 전환을 해주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만남으로 여야 협치에 물꼬가 트일 가능성도 있다.

윤 대통령은 야당과 적극적인 소통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 전후 이 대표를 비롯한 야당 의원들에게 악수를 청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상임위원장과의 오찬에선 "국회에 와서 의원님들과 많은 얘기를 하게 돼서 취임 이후로 가장 편안하고 기쁜 날"이라며 "국민들이 어려움을 잘 이겨내고, 미래 세대를 위해서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도록 초당적·거국적으로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여야 강 대 강 대치가 계속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 여야 갈등이 어느 때보다 강해서다.

야당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 노란봉투법·방송법 처리, 민생 예산 복원 강행을 예고하고 있다. 여야 신사협정에도, 민주당은 이날 윤 대통령이 사전 환담을 위해 국회에 입장하는 동안 침묵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앞서 국민의힘과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통령의 시정연설이나 교섭단체 대표연설 도중 야유하지 않고 본회의·상임위에서 피켓을 들지 않기로 합의한 바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뉴스1에 "협치할 자세도, 마음도, 실익도 없다"며 "한 순간의 이벤트였고, 이것이 여야 협치로 갈 수 있는 모멘텀이 될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또 "정부·여당으로서는 강점을 부각시키려고 하는데, 협치하려면 야당이 원하는 것을 줘야 한다"며 "민주당 입장에선 대안을 제시하고 야당으로서 건재한 힘을 보여야 내년 총선에서 과반 이상의 의석을 얻을 수 있을 테니, 총선을 앞두고 여야 대결 구도는 더 치열해 질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km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