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엔제재 이행"에 中 "정치적 해결"… 北문제 시각차 재확인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미국과 중국 북핵수석대표들이 30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및 도발 위협과 관련해 재차 각국의 '시각차'를 드러냈다.
미중 양측은 이번 협의에서 러시아와 북한 간의 무기거래 의혹과 최근 중국 내 탈북민 강제북송 문제 등에 관해서도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중국 측은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또 미국 측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제재 이행 필요성을 강조한 반면, 중국 측은 유관국 간 대화를 통한 '정치적 해결'에 방점을 찍었다.
미 국무부와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류샤오밍(劉曉明) 중국 정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30일 화상협의에 임했다. 우리나라와 미국·일본의 북핵수석대표들은 수시로 현안 협의를 진행하지만, 미중 양국 대표가 협의에 나선 건 작년 12월 화상협의 이후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 김 대표는 이번 협의에서 △북한의 긴장 조성 행위 △러북 간 무기거래 △탈북민 북송 문제 등을 거론했으며, 특히 러북 간 무기거래에 대해 "국제 비확산 체제를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 러시아 스스로가 지지한 수많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고 미 국무부가 밝혔다.
그간 국제사회에선 러시아 측이 작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 이후 전쟁 장기화에 따라 부족해진 재래식 무기·탄약 등을 공급받기 위해 북한과도 접촉해왔단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온 상황. 우리나라와 미 정보당국 또한 관련 정황을 포착하고 추적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가운데 올 9월 러시아에서 열린 러북정상회담에 즈음해 러시아 화물선이 북한을 오가거나 러북 접경지에 다수의 화물열차가 집결해 있는 모습 등이 위성사진을 통해 잇따라 포착되면서 무기거래를 포함한 러북 간 군사협력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특히 한미일 외교장관들은 지난 26일 공동성명에서 "북한이 우크라이나 정부·국민을 대상으로 쓰일 군사장비·군수물자를 러시아에 제공하는 걸 강력히 규탄한다"며 "현재 이런 무기가 일부 전달이 완료된 것으로 확인됐다(confirm)"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김 대표는 이번 미중 간 협의에서 "모든 유엔 회원국은 자신들의 의무를 이행하고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완전히 이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영국·프랑스와 함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를 갖고 있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의 이번 미중 북핵대표 간 협의 결과 자료에선 러북 무기거래나 탈북민 북송 문제 등 '민감'한 사항이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대신 중국 측은 류 대표가 이번 협의에서 "한반도 평화·안정을 유지하고 상황 악화를 방지하는 게 지역과 국제사회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며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과 대화 복귀를 강조했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재개한 작년 이후 안보리 차원의 대응 논의가 이뤄질 때마다 북한의 도발은 안보상 '합리적 우려'에 따른 것이라며 러시아와 함께 '미국 책임론'과 '제재 무용론'을 주장해왔다. 즉, 한미연합 군사훈련 등 때문에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미훈련과 달리, 북한의 탄도미사일 및 그 기술을 이용한 비행체 발사는 모두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한다.
이런 가운데 중국 측은 이번 미중 협의와 관련해 "중국 측은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진전시키는 데 계속 건설적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도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이나 제재 문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따라서 중국 측이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해선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계속 '묵인'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러북 정상 간 이른바 '브로맨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밀착을 보이는 상황에서도 중국은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지만,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등 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엔 중국이 눈을 감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결국 중국이 북한 문제를 두고는 철저히 자신들의 이익을 고려해 속도·수위를 조절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문 센터장은 "중국도 북한이 제7차 핵실험 등 극단적 도발을 하는 건 원치 않는다"며 "우리로선 '일방적으로 북한 편을 드는 게 중국 국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지속 개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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