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넘어도 일해야 하는 남편...중년 아내 생각은?
"국민연금으로만 되겠어요? 생활비를 더 벌어야죠..."
중년에 회사를 퇴직하면 건강보험의 보험료가 여간 부담스런 게 아니다. 지역 가입자로 바뀐 탓에 30만 원이 넘는 보험료를 오롯이 혼자서 내야 한다. 퇴직금을 야금야금 빼먹다가 "이런 생활을 20~30년 더 해야 하나..."라며 위기감을 느끼게 된다. 아내는 "그동안 고생했다"면서 몇 개월 동안은 여행과 휴식을 권하지만, '삼식이' 생활이 길어지면 부담스러워 한다. 삼식이는 하루 세끼를 집에서 해결하는 퇴직 남자를 비하하는 말이다.
연금 수령자 3명 중 1명...."생활비 벌기 위해 일자리 원한다"
올해 연말에도 수많은 중년의 퇴직자들이 쏟아질 전망이다. 운 좋게 60세 정년을 채운 사람도 있지만, 명퇴 압력을 견디지 못한 50대 초반 실직자들도 많을 것이다. 그야말로 추운 날씨에 '차가운' 거리로 내몰리는 사람들이다. 기업들은 하필 돈 들어 갈 곳이 많은 나이의 직원에게 명퇴 압력을 넣는 것일까? 아직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막내의 등록금 생각을 하면 우울감이 엄습한다.
생활비 부족에 시달리면 손해를 감수하고 국민연금까지 앞당겨 받게 된다. 연금을 수령하는 사람 중 3명 중 1명은 생활비를 더 벌기 위해 일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연금 수령자(5월 기준) 가운데 일자리를 구하겠다는 사람이 61.6%나 됐다. 이들 중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서'라고 답한 사람이 31.9%였다. 연금을 받고 있으면서도 3명 중 1명은 돈이 더 필요해서 노년 초입에 구직에 나선 것이다. '일하는 즐거움'을 내세운 사람은 23.6%였다.
최소 생활비 절반에도 못 미치는 연금액... "정년 후에도 일해야"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연금통계 개발 결과'에 따르면 2021년 연금 수급자(65세 이상)가 받는 월 평균 금액은 60만 원이었다. 이는 최소 생활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국민연금연구원의 국민 노후보장 패널조사(2021년)에 따르면 노후에 필요한 월 최소 생활비는 개인 당 약 124만 원, 적정 수준 생활비는 177만 원으로 추정된다. 부부가 안정적인 생활을 하려면 노년에도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민연금도 대기업 수준의 직장에서 30년 이상 재직한 사람은 매월 200만 원 가량을 받는 경우도 있다. 내년에 63세가 되어 국민연금을 수령하는 사람들이 정년(60세)까지 보험료를 꾸준히 냈다면 200만 원 가까운 돈을 매달 받게 된다. 이 역시 부부가 노후에 여유있는 생활을 하기엔 부족한 액수다. 곧잘 공무원연금, 교원연금을 비교하며 부러워하지만 당사자들은 재직 중 기여금(내는 보험료)을 국민연금보다 더 많이 내고 퇴직금도 없다며 항변한다.
국민연금에 기대고 있지만... 노년 초입에 배달 알바하는 사람들
중년 퇴직자들에겐 한 달 100만 원이 큰 돈이다. 다른 연금보다는 액수가 적지만 국민연금의 효과는 엄청나다. 퇴직 후 배달 알바를 하고 있다면 한 템포 늦춰서 일을 해도 된다. 중년의 나이에 무리하게 육체적인 노동을 하면 큰 후유증이 따른다. 숨겨진 혈관병이라도 있었다면 현장에서 쓰러질 수도 있다. 부족한 생활비 마련을 위해 일을 하다 오히려 치료비-재활 비용이 더 들 수 있다.
국민연금을 주된 노후 수단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하지만 소득대체율(가입 기간의 평균 소득 대비 받게 될 연금액의 비율) 등을 따졌을 때 아직은 노후 대비 수단으로서 충분한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입 기간이 길면 '용돈' 연금에서 겨우 벗어날 수 있지만 명퇴 압력에 시달리고 생활비 마련에 전전하다 보면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중년의 아내는 정년 퇴직 후에도 생활 전선에 뛰어든 반백의 남편이 안쓰럽다. 하지만 어떡하나?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노후를 안정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데... 퇴직 후 집에 있을 때 '삼식이'라고 부르며 불만을 삭였던 마음이 금세 미안함으로 바뀐다.
한국은 왜 노년에도 끊임 없이 일을 해야 할까? 최근 국민연금 개혁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소득대체율에도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연금이 진정한 노후의 버팀목이 될 수 있을까?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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