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악수 건넸지만…본체 만체·앉아 악수한 민주당 의원들

31일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은 윤석열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들어서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공동취재=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31일 국회 시정 연설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일부 의원들이 대통령의 악수를 쳐다보지 않거나, 대통령이 손을 내밀고 기다리자 마지못해 악수를 하는 모습이 여러 번 나왔다.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입장하는 과정에서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앉은 길을 지나며 일일히 악수를 청하는 '스킨십'에 나섰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외면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회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으로 들어서는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들 쪽으로 다가가 악수를 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과 인사 후 악수를 하고, 이재명 대표도 일어서서 윤 대통령과 악수를 했다. 하지만 김교흥 의원은 다른 의원들과 대화를 하다가 윤 대통령이 다가가 손을 내민 뒤에야 몸을 일으켜 악수를 받는 모습을 보였다.

이형석 의원은 윤 대통령이 악수를 청했지만 쳐다보지 않고 손만 슬쩍 잡았다. 이 대표 비서실장인 천준호 의원도 윤 대통령을 쳐다보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천 의원을 두 차례 쳐다봤으나 결국 악수하지 못했다. 홍정민·이동주 의원도 앉아서 악수했다.

이는 일반적으로 대통령 국회 시절 연설 때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을 예우한다는 차원에서 국회의원 전원이 기립해 대통령을 맞이해온 것과 차이가 있다.

지난 정부에서도 여야의 대치는 극에 달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으나,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시정 연설을 위해 본회의장에 입장했을 때 야당이던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원 기립했었다. 문 대통령이 퇴장하며 야당 의석 쪽으로 가 손을 내밀 때도 모든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대통령과 악수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이 같은 태도를 보인 것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국회가 격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비판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이 강성 지지층의 비난을 우려해 몸을 사리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으로 찍힐 일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윤 대통령은 국회 접견실에 도착해 이 대표에게 인사를 건넸으나, 이 대표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미리 대기하고 있던 김영주 국회부의장, 이정미 정의당 대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악수한 뒤 이 대표와 악수하면서 "오셨어요? 오랜만입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이 대표는 옅은 미소만 띤 채 답변하지 않았다.

김 대표 또한 윤 대통령이 도착하기 전 이 대표에게 단식을 언급하면서 "상당 기간 무리를 했으니 사후관리를 잘해야 한다", "단식하면 본인도 그렇지만 가족들이 더 애가 탄다"고 했지만, 이 대표는 이 말에도 답하지 않았다.임재섭기자 yj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