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보다 더 짜릿했던 극장 승부…FC서울, 440일 만의 ‘역전승’ 거둬
[골닷컴, 수원] 강동훈 기자 = 드라마 각본도 이보다 더 짜릿하게 쓸 수 없을 것 같다. FC서울이 역전을 거듭하는 시나리오를 연출하면서 440일 만의 역전승을 거뒀다. 후반 추가시간 김경민의 극적인 역전 결승골이 터졌을 때 수원종합운동장을 찾은 ‘수호신(서울 서포터스 명칭)’은 이번 시즌 통틀어 가장 환한 미소를 지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서울은 지난 29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35라운드 원정경기에서 4-3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선제 실점을 내주면서 끌려가다가 기성용과 윌리안의 연속골로 승부를 뒤집었고, 동점을 허용할 때마다 비욘 존슨과 김경민의 골로 다시 역전에 성공했다.
그야말로 K리그 역사상 손에 꼽히는 ‘명승부’였다. 서울은 역전에 재역전, 그리고 또다시 재역전을 만들면서 승리를 거뒀다. 전반 24분 히카르두 로페스(브라질)에게 선제 실점을 허용하며 끌려갔지만, 후반 11분과 14분 각각 기성용의 약 60M 장거리 골과 윌리안의 화려한 드리블 돌파 후 득점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서울은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동점골을 허용했다. 후반 21분 이승우에게 실점했다. 이에 김진규 감독대행은 전방에 변화를 가져갔고, 이는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면서 다시 역전에 성공했다. 후반 28분 교체로 들어간 비욘 존슨이 문전 앞 세컨드볼 찬스를 잡아 침착하게 골망을 출렁였다.
그대로 서울은 승리를 거두면서 웃는 듯했지만, 후반 추가시간 1분 페널티킥(PK)을 내줬고 키커로 나선 로페스에게 다시 동점골을 허용했다. 무승부의 그림자가 짙어지면서 승리를 코앞에서 놓칠 가능성이 커지자 서울 선수들과 김진규 감독대행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그리고 ‘수호신’의 얼굴은 허탈한 표정이 가득했다.
서울은 하지만 추가시간이 8분이나 주어진 가운데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기어코 다시 또 승부를 뒤집었다. 후반 추가시간 3분 강성진의 크로스를 페널티 박스 안에 있던 비욘 존슨이 머리로 떨궈줬고, 교체로 들어간 김경민이 문전 앞에서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밀어 넣어 짜릿한 극장 승부를 연출했다.
이날 승리를 거둔 서울은 2연승과 함께 최근 수원FC전 무패 행진을 6경기(4승2무)로 늘린 데다, 통산 상대 전적은 10승 3무 1패로 격차를 더 벌렸다. 순위는 7위(14승11무10패·승점 53)에 그대로 자리했다. FA컵 휴식기 동안 전열을 재정비한 후 다음달 11일 제주유나이티드 원정을 떠나 3연승에 도전한다.
서울은 사실 파이널 그룹B로 떨어졌지만, 이미 승점 차를 고려했을 때 일찌감치 잔류를 확정 지었던 만큼 동기부여가 떨어진다는 우려가 잇따랐다. 그러나 김 감독대행은 “프로 선수이기 때문에 동기부여는 따로 필요 없다. 만약 동기부여가 없다고 하면 그 선수들과는 같이 경기할 생각이 없다. 팬들 앞에서 승리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하면서 남은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김 감독대행의 말대로 서울 선수단은 승리를 거두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또 ‘수호신’에게 승리를 안겨주면서 ‘뿔나 팬심’을 다시 되돌리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똘똘 뭉쳐 그라운드를 누볐다. 그리고 역전에 재역전, 그리고 또다시 재역전을 통해 기어코 승전고를 거머쥐었다.
‘리빙 레전드’이자 중심축인 기성용은 “모든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얻어낸 결과”라며 “사실 실점을 계속하면서 어려운 경기가 됐었는데 선수들이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하고자 하는 의지들이 많이 컸던 게 승리로 이어졌다”고 이야기했다.
서울의 이날 역전승이 더 뜻깊었던 건 이번 시즌 선제 실점을 내준 이후 다시 승부를 뒤집어서 승리까지 이어졌던 적이 없었다가 마침내 첫 역전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실제 올 시즌 선제 실점을 내준 13경기에서 5무 8패를 거뒀다. 지난 시즌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해 8월 15일 김천상무전(2-1 승) 이후 무려 440일 만의 역전승이다.
김진규 감독대행은 “이번 시즌 선제 실점하고 처음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선수들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또 칭찬한다. 파이널 그룹B로 떨어졌음에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며 감격스러운 승리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팬들에게 매 경기 즐거움을 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제 팬들의 만족감을 40%까진 끌어올린 것 같다. 60%가 남았는데 남은 3경기에서 승리를 통해 충족시키고, 마음이 떠난 팬들이 다시 돌아오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사진 =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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