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회복세 보이지만, 소비는 여전히 ‘부진’… “먹거리 말곤 지갑 닫았다”
제조업 생산 회복, 반도체가 견인
소비 ‘완만한 증가’ 보였지만, 실상은 ‘먹거리’만 증가
건설 수주 감소에 착공도 줄어…경제 하방요인 꼽혀
지난달 전산업 생산이 전월 대비 1.1% 늘며 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특히 광공업 생산은 전월 대비 1.8% 증가했다. 8월(5.2%)에 비해 증가폭은 줄었지만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생산활동 회복세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소비 증가율은 0.2% 증가에 그쳤다. 추석 명절에 따른 식료품 등 비내구재 소비가 2.3% 늘었지만, 의복 등 준내구재는 2.8%, 컴퓨터와 통신기기 등 내구재는 2.3% 판매가 줄었다. 불경기에 먹거리 지출 외엔 지갑을 닫은 것이다.
투자 전망도 안갯속이다. 9월 설비투자는 8.7%, 건설기성이 2.5% 증가하며 호조세를 보였지만, 올해 들어 주택 착공 물량이 전년 대비 50% 이상 감소한 게 건설기성에도 반영될 전망이다. 9월 산업활동동향에서도 건축 건설기성은 일부 아파트 대단지 준공이 완료되면서 2.7%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도체 생산 전년比 23.7% 증가…수출 출하 70% 늘어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9월 생산 증가는 제조업이 견인했다. 제조업 생산은 1.9% 증가하며 전달(5.4%)에 이어 2개월 연속 증가했다. 특히 8월 제조업 생산이 큰 폭으로 증가했음에도 전년 동월 대비로는 0.8% 적은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9월 제조업 생산이 증가하면서 전년 동월 대비로도 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생산이 전년 동월 대비 증가한 것은 작년 10월 이후 11개월 만이다.
제조업 부분에선 반도체 경기 회복세가 뚜렷했다. 지난달 반도체 생산은 전월 대비 12.9% 늘어 8월(13.5%)에 이어 두 달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이어갔다. 반도체 생산은 작년 동월과 비교하면 23.7%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6월 24.9%를 기록한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반도체 산업 회복 흐름은 출하에서도 나타났다. 반도체 출하는 전월 대비 65.7% 증가했다. 특히 수출 물량이 전월 대비 69.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하 증가 영향으로 반도체 재고는 전월 대비 6.7% 감소했다.
반도체 외에도 기계장비(5.1%)와 석유정제(14.6%) 등의 생산도 전월보다 늘었다. 다만 자동차 생산은 전월 대비 7.5% 감소했다.
제조업 재고율(재고/출하)은 출하가 6.7% 증가한 반면, 재고는 2.2% 감소하면서 전월대비 10.4%포인트(p) 하락했다. 제조업 재고 출하 증가폭은 2020년 6월 이후 39개월 만에 최대치를 찍었다.
정부 내에선 “반도체를 중심으로 광공업 생산이 증가했다. 최근 수출 개선 흐름과 함께 경기 반등 조짐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내 총생산(GDP) 속보치에서 확인된 3분기 경기 회복 흐름에 이어, 월별 산업활동 지표로도 연말로 갈수록 회복세가 확대되고 있다”면서 “다만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 불확실성도 확대되고 있는 만큰 대내외 리스크 요인을 철저히 모니터링하며 신속히 조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먹는 데만 돈 쓴다…사라진 ‘추석빔’
생산이 호조세를 보이는 반면, 소비 심리는 여전히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소비는 내구재와 준내구재 소비 감소에도 불구하고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 소비가 2.3% 증가하며 전월 대비 0.2%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9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음식료품 구매가 평소보다 많아지고, 물가 상승 효과로 음식료품의 가격이 뛰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소비가 회복세를 보인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추석과 새학기 개학이 있었음에도 의복과 신발·가방 판매가 감소한 것을 보면 추석빔이나 새학기 의류 등의 지출을 줄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의복, 신발·가방, 오락·취미용품 등 준내구재 소비는 모두 감소했다. 비교적 목돈이 들어가는 통신기기·컴퓨터, 가전제품, 가구 등 내구재 판매가 감소한 것도 가계 지출 줄이기의 영향으로 보인다.
생산 중 소비 흐름을 예측할 수 있는 서비스업 분야에서도 여가서비스가 4.2% 감소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9월에도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의복 구매 등이 감소한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분기 단위로 보면 재화 소비가 감소한 것은 맞는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많이 구매한 영향과 함께 고물가·고금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재화 소비가 확실히 줄었다”고 했다.
건설수주가 부진한 것도 향후 성장세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지난달 건설수주는 주택과 토목 모두 감소했다. 특히 주택 등 건축 부문 수주는 전년 동월 대비 54.8% 감소했다. 발주자별로는 민간(-49.5)과 공공(-63.3%) 모두 감소했다.
착공 물량도 감소했다. 이날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9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착공 물량은 12만5862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2% 감소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소비회복이 상대적으로 완만하고, 건설수주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경제 불안요인”이라며 “건설수주 부진과 가계부채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내외 물가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점은 한국 경제 하방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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