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도 아침이 올까요?” 정신병동 간호사는 이렇게 답했다

이근아 2023. 10. 3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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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해소하는 방법은 하나다. 아프다고, 도와달라고, 옆에 있어 달라고 말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찾는 것."

정신 질환에 대한 오해가 많이 사라졌다지만, 그 고통이 나와 내 주변에도 찾아올 수 있음을 인정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보통의 우리도 정신 질환을 겪을 수 있으며, 그 책임은 환자에게만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과거 일하던 내과의 수간호사가 자신을 험담하는 장면을 우연히 목격한 다은도 그 이후로 모두가 자신을 비난하는 것처럼 느껴져 괴로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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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리뷰
독한 장르물 사이 꽃핀 힐링 드라마 
'뽀블리' 박보영 매력 살린 일상물
넷플릭스 오리지널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 간호사 다은(오른쪽, 박보영)은 내과에서 정신과로 이제 막 근무처를 옮겼다. 수간호사인 송효신(이정은)은 일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다은을 따스하게 대하며 돕는다. 넷플릭스 제공

"불안을 해소하는 방법은 하나다. 아프다고, 도와달라고, 옆에 있어 달라고 말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찾는 것."

정신 질환에 대한 오해가 많이 사라졌다지만, 그 고통이 나와 내 주변에도 찾아올 수 있음을 인정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내 마음의 병도 외면하고 싶은 것이 모두의 심리일 터. 그래서 때로는 가까운 사람이 겪는 아픔도 눈치챌 수 없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 간호사 다은(왼쪽, 박보영)과 항문외과 의사 동고윤(연우진)의 모습. 넷플릭스 제공

오는 3일 공개를 앞둔 넷플릭스 오리지널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가 총 12부작 중 4부를 언론에 미리 공개했다.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간호사 다은(박보영)을 중심으로 정신병동 의료진과 환자에게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정신 질환을 바라보는 작품의 태도다. 보통의 우리도 정신 질환을 겪을 수 있으며, 그 책임은 환자에게만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부잣집 딸 리나(정운선)는 엄마의 집착에 가까운 사랑이 버거워 양극성 장애(조울증)를 겪는다. 사회불안장애 환자 김성식(조달환)은 상사의 지나친 업무 지시가 병의 원인이 됐다. 병동의 환자만 아픈 건 아니다. 과거 일하던 내과의 수간호사가 자신을 험담하는 장면을 우연히 목격한 다은도 그 이후로 모두가 자신을 비난하는 것처럼 느껴져 괴로워한다.

정신 질환의 고통을 실감 나게 표현했다. 예컨대, 회사에서의 스트레스로 공황장애를 겪게 되는 한 인물은 맨 처음 회사 화장실에서 공황 증상을 겪는다. 그 증상은 화장실 칸 안으로 물이 턱까지 차올라 혼자 힘으로 빠져나갈 수 없는 느낌으로 묘사된다. 그는 "그때부터 회사만 가면 물이 차올랐어"라는 말을 반복하고, 그의 공황 증상은 퇴사의 구실이 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 유찬(오른쪽, 장동윤)은 다은(박보영)과 늘 티격태격하는 단짝 친구로, 늘 밝은 모습이지만 그 뒤에 아픔을 숨기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목처럼 드라마는 희망 섞인 메시지를 던진다. "사람은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는 다은의 대사처럼 우리는 서로를 아프게도 하지만, 동시에 돕기도 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한다. 수간호사인 송효신(이정은)은 환자들에게 "누구나 아플 수 있다. 곧 아침도 온다"는 위로를 빠뜨리지 않는다. 병동도 무채색 아닌 파스텔 계열의 따스한 공간으로 그려진다. "현실적인 끈을 놓지 않으면서도 동화적 연출로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었다"던 이재규 감독의 의도다.

이 밖에 다은이 정신과 간호사로 적응해 나가며 겪는 좌충우돌 장면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신입시절 경험했을 일이라 공감을 끌어낸다. 실수에 자책하는 다은을 보듬는 동료들의 태도도 따뜻하게 느껴진다. 연기도 빛난다. 내과에서 이제 막 정신과로 옮긴 간호사를 연기하는 박보영의 '뽀블리'(박보영과 러블리를 합친 말) 매력은 여전하다. 엉뚱한 성격의 항문외과 의사 동고윤(연우진)과 오랜 동네 친구 송유찬(장동윤) 등 어딘가에 있을 법한 캐릭터들도 자연스레 극에 녹아든다. 극적인 반전이나 속도감 있는 전개는 아니지만, 자극적인 장르물에 지쳤다면 힐링에 적격이다.

이근아 기자 ga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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