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식탁에선 바게트를 뒤집어 놓지 않는다, 왜?
“단순한 재료로 만드는 3만3천종의 맛”
“뒤집은 바게트는 사형 집행인의 빵 의미”
길쭉하고 연한 갈색빛이 도는 빵 바게트. 겉은 딱딱하고 속은 쫄깃하며 부드러운 이 빵은 프랑스 사람들에겐 그저 빵이 아니다. 삶의 중요한 부분이고 문화이고 자존심이다. 연간 60억 개가 팔린다는 이 빵의 규격과 가격까지 법으로 정할 정도다. 프랑스 정부는 2018년 바게트를 만드는 제조법과 문화를 국가 무형문화재로 등록했다. 2022년에는 드디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프랑스에서 바게트를 만드는 제빵사는 장인으로 여겨진다.
최근 내한한 프랑스 제과제빵협회장 도미니크 앙락은 바게트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프랑스 사람들의 일상이고 삶”이라고 말했다. 프랑스대사관 경제상무관실과 국내 프랑스 식품업계가 함께 마련한 ‘푸드 익스피리언스’에 참석한 그는 “바게트는 밀가루와 물, 소금, 효모라는 단순한 재료가 들어가지만 만드는 사람에 의해 수천, 수만 가지의 맛과 특징을 낸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이야기다.
-바게트가 프랑스 사람들의 일상이라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빵집에 들어가서 2개 달라고 하면 무조건 바게트예요. 뭘 달라고 할 필요도 없지요. 프랑스에는 3만3000개의 빵집이 있는데 이 말은 3만3000개의 바게트가 존재한다는 의미입니다. 제빵사들은 저마다의 노하우로 자기만의 바게트를 만들어내죠. 레스토랑은 사회적, 경제적 위치의 구분이 있지만 바게트를 파는 빵집은 그런 차이가 없어요. 누구나 평등하게 같은 바게트를 살 수 있으니까요. 늘상 먹는 음식이다 보니 다양한 관습적, 심리적, 공감대를 갖고 있고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요.
“예를 들면 식탁 위에 바게트를 뒤집어 놓지 않는 거죠. 예로부터 바게트를 그렇게 놓는 건 사형 집행인의 빵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거든요. 또 종교적인 의미에서 바게트를 자르기 전 십자가 모양으로 칼집을 내는 경우도 있지요.”
-바게트 문화가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프랑스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습니까.
“프랑스 안에서도 장인들이 만드는 바게트 빵집은 꾸준히 줄어들고 있었어요. 이러다가 우리의 바게트 문화가 소멸될 수도 있겠다는 위기의식이 있었는데 다행히 이번 기회를 통해 제빵사들이 지속적으로 긍지를 갖고 좋은 전통을 지켜나갈 수 있게 됐어요. 무엇보다 젊은 세대가 이 직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자극하고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지요.”
-한국에서도 바게트를 많이 먹고 있습니다. 어떻게 먹으면 더 맛있을까요.
“바게트는 어떤 식재료와도 잘 어울려요. 푸아그라, 치즈, 잼 등 무엇이든 맛있죠. 저는 개인적으로 카망베르치즈, 블루치즈와 함께 먹는 걸 좋아합니다.”
박경은 기자 k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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