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대선 가늠자 버지니아 주의회 선거에 쏠리는 눈[김유진의 워싱턴리포트]
1년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의 ‘가늠자’ 역할을 할 버지니아 주의회 선거가 다음달 7일(현지시간) 실시된다. 상·하원 140석의 주인을 뽑는 이번 선거는 내년 대선을 전망할 수 있는 지표(bellwether)로 여겨진다. 대선과 중간선거 사이에 낀 ‘징검다리’ 해에 치러지는 버지니아의 주지사와 주 상·하원의원 선거를 통해 유권자들의 표심과 쟁점, 양당의 선거 전략 등이 분명하게 드러나곤 했다.
버지니아는 원래 공화당 텃밭이었으나 2008년 이후 네 차례의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선택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10%포인트 차로 이겼다. 하지만 이듬해인 2021년 선거에서 공화당이 주지사와 하원을 가져갔다. 버지니아가 민주·공화당 지지층 비율이 엇비슷한 ‘퍼플스테이트’로 분류되는 까닭이다.
싱크탱크 루거센터 폴 공 선임연구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버지니아주 상·하원 선거는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 유권자들의 민심을 읽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선거”라며 “양당 전략가들이 출구조사부터 개표 결과까지 심혈을 기울여 분석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지난달 말부터 모든 선거구에서 사전투표가 시작됐다. 후보들도 막판 유세에 집중하며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페어팩스 카운티에 사는 50대 카일(가명)은 “선거구 재획정 이후 첫 선거인 만큼 충분히 고민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계획”이라며 “어떤 면에선 우리 주의회와 학교이사회 등의 대표를 뽑는 이번 선거가 대선보다 내 일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상원은 민주당이, 하원은 공화당이 다수당으로 양당이 의회 권력을 나눠가진 모양새다. 상원 의석은 민주 22 대 공화 18, 하원 의석은 공화 52 대 민주 48로 둘다 의석수 차이도 적다. 공화당은 상원을 탈환해 주지사와 양원을 모두 장악하는 ‘트라이펙타(trifecta·3연승)’를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민주당은 2년 전 내준 하원을 되찾아 공화당 소속 글렌 영킨 주지사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겠다는 목표다.
이번 선거의 최대 쟁점은 임신중지 이슈다. 버지니아는 남부 주 가운데 유일하게 지난해 6월 연방대법원의 임신중지권 폐기 결정 이후 임신중지 금지·제한을 법제화하지 않은 곳이다. 현재도 임신 약 26주까지는 임신중지가 허용되고 있다.
그러나 영킨 주지사가 강간, 근친상간, 산모 건강 위험 등의 사유를 제외하고 임신 15주 이후 임신중지를 금지하는 법률 제정을 추진하자 파장이 일고 있다. 민주당은 임신중지권 보호를 선거전략 전면에 내걸었다. 경합 선거구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들도 임신중지권을 쟁점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민주당은 예비선거 때부터 임신중지 사안에 할애한 광고 물량 공세를 해 왔다.
공화당 후보들도 임신중지 지지 여론과 무당층 유권자 등을 고려해 임신중단 금지 법제화를 직접 언급하는 것은 꺼리고 있다. 갤럽 조사에서 응답자의 67%는 임신 초기 3개월(약 13주)까지 임신중지를 허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민주당은 레드웨이브(공화당 압승)가 좌절된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처럼 이번 버지니아 주의회 선거에서도 임신중지 이슈의 위력이 확인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 아이의 엄마인 40대 에린(가명)도 기자에게 “공화당이 승리해 임신중지 권리가 크게 위축되는 상황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며 민주당 후보에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공화당은 공화당원의 사전투표율이 이전 선거보다 크게 높아졌다는 점을 들어 공화당 지지자의 표 결집이 나타날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공화당이 압승할 경우 영킨 주지사의 ‘몸값’도 한껏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영킨 주지사는 대선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음에도 ‘트럼프 대항마’ ‘제3후보’로 주목을 받아왔다. 공 연구원은 “버지니아 주지사는 4년 단임으로 임기 제한이 있기 때문에 이번 주의회 선거 결과에 따라 영킨 주지사의 정치적 운명이 사실상 결정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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