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주도 5·18 기념행사, 내년부터 광주시가 주도하나
민관협의체 만들어 대표행사 관리…행사위·5월 단체 '반대'
시 "민과 관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뜻…정해진 바 없어"
[광주=뉴시스]이영주 기자 = 민간 주도로 매년 치러져온 5·18민주화운동 기념행사와 관련해 예산을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아온 광주시가 내년 44주기 행사부터 개입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내비쳤다.
민간 행사위원회가 이끌어오던 전야제와 5·18 단체가 자체 진행해오던 추모제 등 주요 행사를 광주시가 포함된 민관협의체가 준비한다는 계획안에 행사위원회와 5·18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31일 광주시와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행사위)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 광주시청에서 민간주도 제44주기 5·18기념행사 준비와 관련된 간담회가 열렸다.
시는 행사위, 5·18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 관계자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44주기 5·18기념행사 계획안을 발표했다.
시는 시민 관심 저조 등으로 행사위가 주관해오던 기념 행사의 방향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 '실천적 5·18 정신 계승의 장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계획안 작성 배경을 밝혔다.
계획안에는 매년 치러온 5·18 관련 주요 행사 일부를 '시민이 행사 주체로 참여하고 대표행사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 아래 '대표 행사'로 묶고 이를 시가 포함된 민관협의체가 주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시가 선정한 대표행사는 그간 행사위가 매년 5월 17일마다 치러온 전야제와 민주평화대행진, 유족회의 추모제, 부상자회와 공로자회가 공동 진행해온 부활제 등 4개 행사다.
특히 시는 전야제에 대해 ▲전시민 참여 확대 ▲시민의 대동한마당 ▲광장의 전야제로 전환 필요성 등을 밝히며 공연시간과 장소, 좌석배치, 총감독 공모제 시행과 같은 전야제 기본 원칙 마련 추진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같은 시의 복안에 행사위와 5월 단체들은 반대 의사를 냈다.
행사위는 시가 '5·18 단체들이 행사위원단장에서 이탈했다'는 명분에 따라 행사 주도권을 쥐려는 것으로 읽힌다며 비판했다.
특히 시가 주장한 민관협의체 구성에 '행정이 나서 광주공동체를 구성하겠다는 것인가'라며 기념행사 취지를 거스르는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광주시민 단체들은 5·18 8주기였던 1988년 5월 17일 남구 구동 실내체육관에서 처음 연 5·18 전야제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매년 민간 주도 5·18 행사를 펼쳐오고 있다. 유족회가 5·18 1주기부터 자체적으로 치러오던 추모제를 공론화하고 시민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서다.
이후 전문적인 행사 진행을 위해 지난 2017년 행사위가 비영리민간단체로서 출범, 광주시와 행사 개최·운영·예산 집행 등을 둔 위수탁 계약을 맺어왔다.
특히 행사위의 위수탁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인 올해 광주시가 이같은 복안을 밝힌데 따라 행사위 해체, 재편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유족회와 부상자회 또한 기존 행사위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자신들이 치러온 행사가 민관협의체 주도 아래 분리 운영된다는 점에 대해 향후 고착화될 우려를 내비치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행사위 관계자는 "간담회 자료로 제시된 계획안은 행사위가 고민해야 할 내용으로 광주시가 작성한 이유가 납득되지 않는다"며 "기념행사를 분리하는 시의 제안에 어떠한 결정과 동의를 할 수 없다. 감독 공모와 같은 행사 준비 내용 또한 광주시가 주도해서는 안된다"고 우려했다.
시는 행사위와 5·18 3단체 사이 갈등으로 인한 44주기 기념행사 파행을 우려해 일종의 중재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민관협의체 구성은 고민의 일환이면서 정해진 바가 없다며 한발 물러섰다.
시 관계자는 "현재 기념행사 총감독 선임 공모를 전국으로 넓혀야 한다는 부분까지 행사위 등과 합의가 이뤄진 상황"이라며 "기념행사가 시민 기대와 국민 공감을 이끌어내는 등 직접 변화를 이뤄야하는 상황에 44주기를 앞두고 있다. 민과 관이 책임있게 행사를 치를 수 있도록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leeyj257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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