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이태원 유가족들을 위한 집회, '정치'와 '예배' 사이

CBS노컷뉴스 고석표 기자 2023. 10. 3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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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개신교 교회들은 10월 마지막 주일을 종교개혁주일로 지키며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의 교회 개혁 정신을 기린다.

종교개혁주일이자 이태원 참사 1주기이기도 했던 10월 29일 주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성북구에 있는 영암교회를 찾아 주일예배를 드렸다.

목회자연대는 입장문에서 영암교회가 난색을 표했음에도 밀어 부쳐 급조된 추모예배가 신앙적으로나 상식적으로 잘못된 것이었음을 인정하고 사과할 것을 대통령실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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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도 예배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부분의 개신교 교회들은 10월 마지막 주일을 종교개혁주일로 지키며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의 교회 개혁 정신을 기린다.

종교개혁주일이자 이태원 참사 1주기이기도 했던 10월 29일 주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성북구에 있는 영암교회를 찾아 주일예배를 드렸다.

'10·29 이태원 참사에 대한 원인과 진상규명, 책임자 문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국회에서의 특별법 처리도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 최고 지도자가 불쑥 서울 한 개별 교회를 찾아 예배 시간에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에 대해 애도를 표하며 추모사를 전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해 성탄절에도 영암교회를 찾아 '어린 시절 저는 어릴 때 개천 건너 보문동에 살았다. 그래서 대광초등학교와 영암교회를 다녔다'고 밝힌 적이 있다.

'조용한 애도'를 위한다는 목적으로 어린 시절 다녔던 교회를 찾아 예배드린 것은 나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대통령님 자리 비워둔 채 기다리겠다" "꼭 와서 슬픔을 나눠주면 좋겠다"는 이태원 유가족들의 외침을 외면하고 함께하지 않은 것은 자리를 잘못 찾은 것은 아닌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김진표 국회의장과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와 이정민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1주기 국회 추모제에서 묵념하고 있다.

영암교회와 같은 교단(예장통합총회)에 속해 있는 목회자들로 조직된 '예장목회자연대'는 30일 이와 관련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목회자연대는 입장문에서 영암교회가 난색을 표했음에도 밀어 부쳐 급조된 추모예배가 신앙적으로나 상식적으로 잘못된 것이었음을 인정하고 사과할 것을 대통령실에 요구했다.

또 '영암교회와 당회는 신성하고 거룩한 예배를 정치인들에게 내준 것에 대하여 그 책임을 통감하고 회개하며 전국교회 앞에 공식적으로 사과하라'고도 했다.

연세대 정종훈 교수는 한 인터넷 매체 기고문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교회를 방문하는 것은 그의 정치적 위기를 넘기기 위한 일종의 제스처처럼 보인다'며 '참사 1주기에 무언가를 했다는 자기 위안을 얻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나 싶다'고 언급했다.

또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예식에 두 번이나 정중한 초청을 받았음에도 정치 집회라 명명하며 외면했고, 유가족 한 명 없는 교회 예배에 참석해서 추도했다는 것은 진정성을 찾을 수 없을 뿐 아니라, 159명 희생자와 유가족을 우롱한 것이라고 사료(思料)된다'고도 했다.

어떻게 보면 예배의 자리가 정치적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그것도 종교개혁기념주일에 말이다. 정치 집회라서 추모집회에는 참석 안했다고 하지만 정작 본인이 참석한 예배는 정치예배가 되버리지는 않았는지 꼽씹어 볼 일이다.

윤 대통령은 '오늘은 살면서 가장 큰 슬픔을 가진 날'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작 장례식장에 가지 않으면서 아무리 애도를 표한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네가 제단에 제물을 드리려고 하다가, 네 형제나 자매가 네게 어떤 원한을 품고 있다는 생각이 나거든, 너는 그 제물을 제단 앞에 놓아두고, 먼저 가서 네 형제나 자매와 화해하여라. 그런 다음에 돌아와서 제물을 드려라(마태복음 5: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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