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즈존? 서울키즈 오케이존!···“안전보험 등 정부 차원 지원책 필요한 때”

이성희 기자 2023. 10. 3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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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참여업체 대상 보험료 지원 계획
업체들 “정부서 무엇이든 도와줬으면”
생후 100일이 안된 아들을 키우는 이예진·이주희씨가 지난 25일 서울키즈 오케이존으로 운영 중인 서울 중랑구 ‘카페252’에서 아기들에게 분유를 먹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성희 기자

“아이가 있는데 데리고 가도 되나요?”

5살 딸아이를 키우는 고모씨(41)는 카페나 레스토랑 등을 갈 때면 해당 매장에 미리 전화해 이렇게 물어본다. 최근 노키즈존(어린이 출입 제한)이 늘어난 만큼 출입을 거부당하는 당황스러운 일을 막기 위해서다. 고씨는 “예전에 갔던 곳도 핫플레이스가 되면 노키즈존으로 바꾸는 경우가 많아 꼭 전화를 해본다”고 말했다.

서울 중랑구에 있는 ‘카페252’에서는 다르다. 생후 70여일 된 아들을 키우는 이주희씨(28)는 일주일에 한번쯤 이 곳에서 친구를 만난다. 친구인 이예진씨(28)도 생후 60일 된 아들을 키우는 초보 엄마다. 두 사람은 집에서 유아차를 끌고 30분 가량을 걸어와야 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서울키즈 오케이존’인 이 곳에는 아이와 부모가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다. 좌식이라 아이를 눕힐 수 있고 아기 전용 의자는 물론 유아차 보관소도 있다. 아이가 울어도 주변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갓난아이를 데리고 돌아다닌다’는 괜한 핀잔을 들을 일도 없다. 주희씨는 “다른 카페에서는 대개 테이크아웃으로 주문하는데 여기서는 여유를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예진씨도 “집에만 있어 답답한데 아이를 반기는 곳이 없다보니 갈 데가 마땅찮다. 이런 곳이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31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 곳과 같은 서울키즈 오케이존은 올해 9월 기준으로 507곳 있다. 노키즈존과 반대되는 개념인 서울키즈 오케이존은 아이를 동반하는 양육자 손님들이 마음 편히 외식할 수 있도록 서울시가 지정한 음식점이다.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 중 하나로, 일반음식점 및 카페의 자율적 동참으로 추진하고 있다.

서울키즈 오케이존, 노키즈존 논란에도 500곳 훌쩍

참여 업체에는 아이용 식기류 및 의자 등 아이 이용 도움 용품 구비 금액을 일부 지원한다. 서울시 통합지도포털인 ‘스마트서울맵’을 보면 현재 운영 중인 서울키즈 오케이존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는 서울키즈 오케이존을 오는 2026년까지 800곳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노키즈존은 저출생 문제와 맞물려 영업상 자유와 아동 권리 침해라는 상충된 가치 사이에서 사회적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지난 2월 한 여론조사업체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노키즈존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중 73%가 찬성 입장을 밝혔다. 반대는 14%에 불과했다.

‘카페252’ 안영태 마케팅본부장은 “(업체 입장에서도)출산율이 저조해 고객 타깃을 아이들이나 가족 단위가 아닌 젊은층으로 잡다보니 노키즈존이 확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키즈 오케이존 참여 업체들도 노키즈존은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 아이들 손님의 경우 매출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지만 부주의한 행동으로 인한 시설물 파손 등 영업에 지장을 줄 수 있다. 특히 충돌과 미끄러짐 등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영업주에게 과도한 책임을 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1년 한 식당에서 뜨거운 물을 들고 가던 종업원과 10세 어린이가 부딪혀 화상을 입는 사고와 관련해 법원은 음식점 주인과 종업원에게 41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국감서 “업체 부담 줄이는 안전보험 필요”
두 아이를 키우는 유모씨가 지난 25일 서울키즈 오케이존으로 운영 중인 ‘카페252’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있다. |이성희 기자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서울시 차원의 노키즈존 정기 전수조사와 어린이 안전사고 예방 및 보험가입 부담을 줄이는 정책보험 실시 등의 제언이 나왔다. 이에 서울시는 모든 영업주들이 안심하고 영업할 수 있도록 서울키즈 오케이존 참여업체 대상 보험료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사회보장제도 신설을 위해 보건복지부와 막바지 협의도 진행 중이다.

강동구 ‘디자인카페허브’ 유영아 대표는 “오케이존은 사실 도네이션(기부) 의미가 있다. 아이들에게 투자하지 않으면 밝은 미래가 어디에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은 즐기고 놀고 경험하는 것 자체가 학습”이라며 “업체들이 ‘용기’ 낼 수 있도록 정부가 무엇이라도 도와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뿐 아니라 중앙정부와 지자체·자치구 차원에서도 아이 동반 문화를 장려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노키즈존 운영자 및 양육자 요구 파악 등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이달까지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제주도의회에선 노키즈존 확산 방지 및 인식 개선에 초점을 맞춘 조례안이 최근 통과했다. 서울 성동구는 아이 동반 가족에게 가격 할인 등을 제공하는 ‘아이사랑 맛집·카페’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서울키즈 오케이존은 영업주 참여만으로는 어려움이 있어 이제는 정부 차원의 검토와 제도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며 “서울키즈 오케이존이 인식개선과 아동친화환경조성에 마중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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