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국민의힘의 김포 서울 편입 추진에 “포퓰리즘 선거 전략”

당 공식 입장은 내지 않은 채 여론 살피기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가운데)이 지난 3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김포 등 서울 인접 도시의 서울 편입을 추진하겠다는 국민의힘의 방침에 대해 31일 “전형적인 포퓰리즘에 입각한 나쁜 선거 전략”이라며 “군사 작전하듯이 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개호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의 뜬금없는 김포시 서울 편입 추진은 경기도민을 갈라쳐서 자신들의 선거 전략으로 이용하려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의장은 “이 문제는 지방자치의 문제이기에 경기도지사와 서울시장이 먼저 추진하면 중앙정부와 국회가 특별법 제정 등으로 뒷받침해줘야 한다”며 “지역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문제를 중앙정부가 과거에 군사정권 시대에 지침 주듯이 먼저 주장하는 것은 시대 상황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박주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YTN 라디오에서 “각 자치단체의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 문제라서 막 함부로 던질 얘기는 아니다”라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KBS 라디오에서 “국민의힘이 국정 현안을 무책임하게 던지기식으로 제안했다”고 비판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굉장히 뜬금없는 발표였다”며 “행정구역 개편은 신중히 검토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주장이라면 도미노처럼 경기도가 서울로 편입되겠다”며 “경기남도와 북도의 분할을 논의 중이고 지방의 인구 소멸을 우려하고 있는데, 서울을 더 확장하겠다는 당론이라니”라고 비판했다.

다만 민주당은 당 차원의 입장은 유보한 채 여론을 살피는 눈치다. 국민의힘의 김포 등 서울 인접 도시 서울 편입 방침이 나온 지 이틀째인 이날도 공식 입장은 내지는 않았다. 총선을 앞두고 섣불리 반대 입장을 공식화했다가 비판 여론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 관계자는 “김포의 서울 편입에 환영하는 사람도, 반대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여론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민주당 경기도당 대변인단은 이날 논평에서 “김기현 대표에게 김포시가 여기 붙였다 저기 붙였다 할 수 있는 껌딱지인가”라며 “김 대표가 그럴 권한이나 있는지, 대통령 허락은 받았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한 경기지역 민주당 의원은 “서울시가 김포 편입을 받아들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경기 접경 지역 서울 편입 추진을 보고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치른 2008년 18대 총선의 ‘뉴타운 열풍’이 떠오른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시 서울 48개 지역구 출마자 중 한나라당(23명)은 물론이고 민주당(5명) 출마자까지 뉴타운 공약을 앞다퉈 내걸고 당선됐지만, 공약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거나 원주민 수십만 명이 쫓겨나는 등 부작용이 생긴 바 있다.

이재랑 정의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그냥 전국토를 서울에 편입시키고 국호를 ‘서울’로 바꾸라”며 “모든 것이 수도권과 서울로 빨려 들어가고 있어 지방 소멸을 걱정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서울 편입’을 대책이라고 말하는 여당 대표의 인식에 황당함을 금할 길 없다”고 비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