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영 팀장’ 음성 분석한 데이터로 51명 잡았다

‘보이스피싱 음성분석 모델’ 세계 처음 개발
3개 조직의 총책·자금관리책 등 검거
해외 ‘미제사건’ 관련 용의자도 잡아
행안부 “다양한 음성 관련 수사에 활용”

지난 7월 서울 송파구 동부지방검찰청에서 중국에서 걸려온 전화번호 앞자리를 ‘010’로 변조해 보이스피싱 범죄를 벌인 일당을 검거하면서 압수한 증거품. < 연합뉴스>

정부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보이스피싱 음성분석 모델’을 활용해 보이스피싱 범죄 가담자 51명을 검거했다. 전국 경찰이 보이스피싱 음성분석 모델을 활용하면서 보이스피싱 범죄 수사 속도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는 31일 통합데이터분석센터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가 올해 초 개발한 ‘보이스피싱 음성분석 모델(이하 음성분석모델)’을 활용해 3개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의 총책, 자금관리책 등 51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행안부에 따르면 이번에 검거된 3개 조직은 국내 아파트 등에 콜센터 사무실을 마련하고 개인정보, 대포폰 등을 활용해 ‘성관련 동영상을 유포한다’ 등의 내용으로 피해자를 협박해 6억원을 뜯어낸 것으로 파악됐다.

행안부 관계자는 “그동안의 음성분석 모델이 특정 범죄자의 음성 일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면, 이번에 개발된 보이스피싱 음성분석 모델은 보이스피싱 용의자의 신원이 특정되지 않더라도 기존에 확보한 음성 데이터를 활용해 동일인물 여부와 다른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가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보이스피싱 범죄에 사용되는 해외 발신번호를 ‘010’으로 시작하는 국내 휴대전화 번호로 바꿔주는 중계기 단속 현장에서 피의자 5명을 지난 5월 검거했다. 피의자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경찰은 지난 7월 행안부로부터 배포받은 음성분석모델을 활용해 검거된 피의자의 음성과 피해자들로부터 확보한 범죄자 음성이 동일한지 여부를 판독했다.

판독 결과 동일인으로 확인됐고, 경찰은 피의자 혐의 입증과 함께 여죄 확인과 연루자 파악을 위해 국과수에 심층분석을 의뢰했다. 국과수는 음성분석모델을 활용해 피의자 음성과 기존에 보유하던 1만3000여개의 보이스피싱 범죄자 음성을 비교·분석했고, 이를 바탕으로 기존 17개 사건과의 연관성을 확인해 관련 범죄자들을 찾아냈다. 기존 17개 사건 중에는 미제 사건으로 분류된 사건도 포함돼 있다.

행안부는 이번 음성분석모델 사용으로 범죄조직 검거 뿐만 아니라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던 해외활동 조직의 실체를 밝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행안부는 앞으로 연 2회 분석모델 활용 정기교육을 시행해 다양한 음성관련 수사에 분석모델이 활용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이번 범죄조직 일당 검거를 통해 보이스피싱 음성분석 효과성이 확인됐다”며 “음성범죄 수사 과정에서 범인을 빠르게 검거하는 데 모델이 널리 활용될 수 있도록 교육과 모델 고도화를 병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