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만 보 보다 적은 ‘8,700보’만 걸어도 조기사망 위험 뚝↓
걷기 운동이 심혈관 질환 및 사망 위험을 줄인다는 것은 많은 연구를 통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중년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하루 7,000보를 걷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조기사망 위험이 50~7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아시아, 호주, 유럽과 북미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선 걸음 수 상위 25%의 사망 위험이 하위 25%보다 40~53%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조기사망 위험 감소 효과가 가장 높은 걸음 수는 어느 정도일까?
최근 스페인 그라나다대(University of Granada) 체육학과 연구팀에 따르면 조기사망이나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을 최대로 감소시킬 수 있는 걸음 수는 8,700보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건강을 위한 하루 걸음 수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를 제공하기 위해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하루 8,700보 걸으면 조기사망 위험 60% 낮아져
스페인 그라나다대(University of Granada) 체육학과 연구팀은 11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12개 국제 연구를 분석했다. 이 연구들은 하루 걸음 수가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것이었다.
연구 결과, 매일 2,735보를 걷는 사람들은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11%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조기사망 확률을 낮추는 최적의 걸음 수는 8,763보로 위험이 60% 낮아졌다. 심혈관질환의 경우 하루 7,126보를 걸으면 발병 위험이 51% 감소했다.
본 연구에서 남녀 간의 차이는 없었다. 단, 걷기 속도의 빠르기는 하루 총 걸음 수에 관계없이 사망 위험 감소와 관련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이 건강상의 이점을 얻기 위해 약 1만 보를 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이상적인 걸음 수에 더해 더 많이 걷는다고 건강이 나빠지지 않는 점을 밝혔다.
또한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는 하루에 1만 6,000보를 걸어도 위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반면에 하루에 7,000~9,000보를 걷는 것과 비교했을 때 건강 효과가 더 커지지는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걸음 수와 건강과 관련된 이전 연구들은 대략적인 걸음 수만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처음으로 명확한 걸음 수를 설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특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운동의 강도에 대해서는 파악하기 힘들지만, 걸음 수는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 등을 통해 쉽게 잴 수 있다는 점에서 훨씬 간단하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학술지 '미국 심장학회 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최근호에 게재됐다.
걸음 수, 만성질환에도 영향 끼쳐
걸음 수는 조기사망과 심혈관질환 위험도 낮추지만, 만성질환에도 영향을 끼친다. 미국 밴더빌트대(Vanderbilt University) 연구진은 웨어러블 신체활동 측정기를 이용해 6,042명의 4년에 걸친 운동 기록과 건강 지표를 분석하여 걸음 수가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분석 결과, 걸음 수가 많을수록 비만(체질량지수 30 이상)과 수면 무호흡증, 위식도 역류 질환, 주요 우울장애, 고혈압, 제2형 당뇨 등의 만성질환 위험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하루 걸음 후를 1만 보로 늘리면 비만 위험이 31% 감소했다.
연구진은 "걸음 수가 증가할수록 대부분의 질병 위험이 감소했다"고 밝히며, 그러나 "고혈압과 제2형 당뇨는 하루 8,000~9,000보 이상에서는 효과가 정체됐다"라고 설명했다.
8,000보 이하일 경우에는 나이가 들면서 위험도 높아졌다. 하루 6,000보씩 걸을 경우 고혈압 진단 위험이 3년 후 4%, 5년 후 10%, 7년 후 17%로 높아졌다. 고혈압을 제외한 나머지 질환은 점차 낮아졌다. 연구진은 하루 8,200보가 이들 만성질환의 위험도를 크게 줄이는 변곡점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8,200보는 보통 걸음으로 1시간 20분, 빠른 걸음으로 1시간 걷기에 해당하는 걸음 수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걸음 수와 만성질환의 직접적인 인과 관계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둘 사이의 강력한 통계적 연관성은 걸음 수를 늘리고 강도를 높이면 질병 위험을 줄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서애리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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