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서 힘 못써도…노선 바꾼 아모레, 미·유럽 덕에 '휴우'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중국 시장에서의 매출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3분기 증권가의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발표했다. 아모레퍼시픽은 다만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 매출 성장세를 이뤄내며 부진한 실적을 일부 만회했다.

지주사인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은 31일 연결재무제표 기준 3분기 영업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7% 감소한 28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은 9633억원으로 5.7%, 당기순이익은 417억원으로 29.1% 줄었다. 실적 발표를 앞두고 증권가에서 예측한 회사의 영업이익 전망 평균치는 408억원이었다.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거둔 것.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의 영업이익이 1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 줄었고 매출액은 8888억원으로 5.1% 감소했다. 중국인 단체 관광이 재개됐음에도 불구하고 면세점 매출이 회복하지 못했고 해외 시장에선 중국 등 아시아지역에서의 실적이 저조했던 영향이다.

아모레퍼시픽의 국내 사업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5% 감소한 5432억원을 기록했다. 면세 및 글로벌 e커머스 채널에서의 부진의 영향이 컸다. 화장품 부문의 영업이익이 줄고 샴푸 등 데일리 뷰티 부문이 적자 전환하면서 전체 국내 영업이익은 34.5% 하락한 191억원을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의 해외 사업은 전년 대비 4% 감소한 317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매출이 줄어든 것이 원인이다. 반면 미주, EMEA(유럽, 중동 등), 일본에서는 높은 매출 성장세를 보였다. 이 영향으로 해외 사업 부문에서는 영업 적자 폭을 줄였다. 특히 미주와 EMEA 지역은 지속해서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35%의 매출 성장을 이뤄낸 미주에서는 '6세대 윤조에센스'를 출시한 설화수와 멀티브랜드숍(MBS) 채널 접점을 확대한 이니스프리 등 핵심 브랜드가 성장을 견인했다. 라네즈는 멕시코 내 멀티숍인 세포라에 론칭하며 향후 중남미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EMEA 지역에서도 마케팅 활동으로 인지도를 높인 라네즈를 중심으로 매출이 41% 증가하는 성과를 봤다. 이밖에 일본에서도 라네즈와 이니스프리의 매출이 확대되고 헤라와 에스트라 등 새로운 브랜드가 출시되며 현지화 기준 전체 매출이 30% 이상 성장했다.

주요 자회사도 신제품 출시 및 마케팅 투자 확대 등의 영향으로 실적 개선 효과를 봤다. 에뛰드는 매출액이 전년 대비 9.2% 늘어난 273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45억원으로 204.5% 급증했다. 핵심 제품이 잘 팔리면서 전체 매출이 늘었고 멀티브랜드숍과 온라인 중심으로 채널 구조를 바꾸면서 이익이 개선됐다.에스쁘아는 국내 e커머스 채널에서 성장세를 이어가며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증가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 등 리브랜딩 작업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중국 중심의 해외 사업 구조를 바꾸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증권가에선 리브랜딩 작업 등으로 각 브랜드별 실적 개선 기조는 완연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리브랜딩을 통해 매출 회복을 시도하는 설화수의 성과와 하반기 마케팅 비용 축소에 주목한다"며 "느리지만 개별 브랜드별 실적 턴어라운드는 시작됐고 면세 업황도 개선 추세"라고 분석했다.

조한송 기자 1flower@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