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돌린 전세보증금으로 명품 구입·도박한 중개 보조인, 징역 4년
전세 사기범과 공모해 전세 보증금 26억여 원을 받아 가로챈 30대 중개 보조인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5단독 김정헌 판사는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중개 보조인 서모(35)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대전 서구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 일했던 A씨는 2020년 6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대전 중구, 서구 지역 빌라 등 다가구주택 임대차 계약을 중개하며 부동산 업자 A씨 등 일당과 짜고 피해자 26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26억55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서씨는 사회 경험이 부족한 청년 등 임차인들을 상대로 ‘담보 여력이 많아 안전한 물건이다’ ‘월세만 체결한 건물이라 보증금을 안전히 돌려받을 수 있다”고 거짓말을 하며 선순위 보증금을 허위 고지하는 수법으로 계약을 체결하게 했다.
하지만 서씨가 중개한 집들은 대출금과 전세보증금 등의 선순위 채권이 건물 가액을 초과하는 이른바 ‘깡통전세’ 건물이었고, 서씨와 공범 소유의 건물도 다수 포함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대출을 받아 8개월 만에 다가구주택 3채를 신축했던 서씨는 임차인들로부터 입금된 전세보증금을 기존 부채 돌려막기에 사용했다. 또 남은 보증금은 공범들과 수익금 명목으로 나눠 갖는 등 처음부터 보증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서씨는 재판 과정에서 “건물 개별공시지가가 근저당권 채권최고액을 초과해 담보가치가 잔존했기 때문에 임차인을 속인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판사는 “계약 당시 근저당권 설정에 대해 고지하지 않았고, 임차인이 전입신고를 마치기도 전 근저당권 설정등기를 한 점 등을 토대로 계약기간 만료 무렵에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면 제때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할 의사와 능력이 없었다고 보여 임차인을 속인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들의 전세보증금을 빼돌리고 이중 10억원 이상을 도박과 명품 의류 구입에 썼다”며 “피해자들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고, 피해 보상도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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