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련하면서도 강경한 '경력직' 문체부장관 유인촌
국감 3일 남겨두고 취임… 문화예술계 문제 잘못 인정하고 개선 약속
언론정책은 '강경'…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에 "광우병 얘기 떠올라"
정권현 언론재단 이사 불출석 논란에는 "말이 안 된다" 복무감사 예고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윤석열 정부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교체했다. 맹탕 국감이 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유인촌 장관은 문화·예술계 현안에 대해 비교적 상세한 답을 내놨다. '경력직 장관' 답게 노련한 모습이었다. 다만 언론정책에 대해선 개선된 입장을 확인할 수 없었다. 유 장관은 '가짜뉴스 문제'와 관련해 현 정부와 다르지 않은 언론관을 보여줬다.
유인촌 장관의 취임일은 10월7일, 문체위 국정감사 3일 전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감을 코앞에 두고 장관을 교체하자 더불어민주당은 “국정감사를 무력화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새로 임명된 장관이 업무 파악을 이유로 예민한 질문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할 수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유 장관은 이명박 정부에서 문체부 장관을 역임한 만큼, 문화예술 현안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했다.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개선점을 찾아 나서겠다는 것.
국정감사에서 문화계 표준계약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프리랜서·비정규직 방송 스태프뿐 아니라 뮤지컬 배우·음악인 등 문화계 인사들이 표준계약서를 쓰지 못하고,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인촌 장관은 대중문화예술인의 표준계약서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면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등 대형 OTT가 등장한 후 배우 간 출연료 격차가 커진 점도 문제다. 국정감사에 출석한 주우 한국방송연기자 노동조합 탤런트지부장은 “넷플릭스가 한국에 들어온 후 일부 배우 출연료는 많이 올랐지만 조·단역 연기자 출연료는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조합원 10명 중 6명은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40%의 연수입은 1000만 원 미만이다. 유인촌 장관은 영상 산업구조에 따라 정책도 변해야 한다면서 최저 출연료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했다.
유 장관은 산하기관에서 불거진 문제에 대해서도 사과를 우선했다. 한국관광공사는 국회의원실 요청 자료를 안영배 전 사장에게 유출했다. 안 전 사장이 국정감사에 출석해 “공사에서 국회에 낸 자료를 달라고 해서 읽어봤다”고 답하면서 유출 사실이 밝혀졌다. 유 장관은 “국감 자료를 외부에 제공하는 일이 기관에서 재발되지 않도록 방지책을 철저히 마련하고, 인사 조처 정도가 아니라 철저한 감사를 통해서 결과를 다시 보고드리도록 하겠다”며 사과의 뜻을 표했다.
또 국정감사에서 이재환 부사장이 차장급 직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정치권 인맥을 거론하고 스스로를 “낙하산”이라고 표현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 부사장은 부산에서 '한국 방문의 해' 행사가 열린 것을 두고 “부산 촌 동네”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유 장관은 “잘못된 일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겠다”며 감사를 요구했다. 실제 유 장관은 3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주변 정리를 안 하고 시작하면 새로운 걸 대입해도 소용이 없다. 감사를 오랫동안 하지 않았단 기관들을 대상으로 우선 시작해서 모든 기관에 대해 철저하게 감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인촌, 언론 관련 논란엔 강경
유인촌 장관은 언론 관련 문제에 대해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정부의 가짜뉴스 대응에 대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박보균 전 문체부 장관은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을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TF를 구성했으며, 후쿠시마 오염수 안정성을 강조하는 광고를 집행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비판이 이어지자 유 장관은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을 보면) 광우병 얘기부터 떠오른다”며 “정부 입장에선 IAEA란 국제적인 기구가 발표하는 것을 사실은 믿을 수밖에 없다. 정부 입장에선 올바른 안을 국민에게 전달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했다.
유인촌 장관은 언론재단이 가짜뉴스 신고센터가 만들어진 것을 두고 “정말로 해결이 안 되면 언론중재위로 옮겨서 심의해 피해자가 구제받도록 하는 것이다. 절차 문제가 있다면 다시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가짜뉴스 해결책으론 미디어 리터러시 강화, 자율심의 강화 등을 제시했다.
언론재단이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2023 디지털 뉴스리포트' 내용 일부를 누락한 것이 국감에서 불거져 문제가 되기도 했다. MBC가 국내 언론사 중 신뢰도 1위를 기록했는데, 언론재단은 이 부분을 번역본에서 제외했다. 유인촌 장관은 “로이터의 비교 평가가 신뢰성이 떨어져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해당 내용은 내년부터 다시 포함시키겠다”고 했다.
한편 유인촌 장관은 정권현 언론재단 정부광고본부장의 국정감사 불참 논란에 대해 문제를 인정했다. 정권현 본부장은 일본 출장을 이유로 17일 국정감사에 불출석했다. 언론재단 이사장 승인조차 받지 못한 출장이었다. 유인촌 장관은 “(승인 없는 출장은) 말이 안 된다”며 언론재단 복무감사를 예고했다. 김효재 신임 언론재단 이사장 역시 “정확하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고 규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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