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여학생 무차별 폭행 50대, 건장한 청년에는 순한 양 ‘강약약강’

A 씨의 무차별 폭행을 제지하는 청년. CCTV 화면 캡처

자신을 비웃는 것 같다는 이유로 일면식도 없는 10대 여학생을 길에서 무차별 폭행한 50대 남성이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된 가운데, 가해자가 전형적인 ‘강약약강(强弱弱强·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 강함)’의 모습을 보이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 화면에 포착됐다.

당시 범행 장면이 담긴 CCTV 화면을 보면 지난 28일 오후 10시 2분경 전북 전주시 완산구 평화동 인도에서 A 씨가 길을 가던 B 양에게 다짜고짜 시비를 건다.

A 씨는 갑자기 B 양의 배와 어깨 등을 때리며 폭행하기 시작한다. 그는 B 양을 넘어뜨린 뒤 목을 조르는가 하면 고개가 뒤로 넘어가도록 양손으로 머리카락을 당기기도 한다. 이런 무차별 폭행은 8분 가까이 이어졌다.

다행히 오후 10시 10분경 근처에서 조깅하던 청년이 이 모습을 보고 A 씨를 제지하자 그는 저항 한번 없이 ‘순한 양’으로 변해 폭행을 멈췄다. A 씨는 자신보다 체구가 왜소한 B 양에게는 한참이나 폭행을 자행했으나 건장한 체격의 청년에게는 저항 한번 하지 않았다.

A 씨가 B 양을 폭행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현장에 도착한 모습. 채널A

이 청년이 A 씨를 뒤에서 감싸 안고 있는 사이에 시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A 씨를 현행범 체포했다. 얼굴 등을 다친 B 양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B 양이 나를 비웃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빠 그랬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당시 B 양이 전화 통화하며 통화 상대방에게 하는 말을 자신에게 하는 말이라고 착각해 길가에 버려진 둔기로 B 양을 때린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CCTV 확인 결과 A 씨가 B 양을 여러 차례 폭행하는 등 죄질이 나쁘다고 보고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 체포했다”며 “B 양이 정신적 충격을 입을 수 있는 만큼 피해자 보호에도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