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지각하고 업무 집중도 못하는 나, 혹시 ‘이것’?

김태훈 기자 2023. 10. 31. 12:5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대서 유병률 높은 ‘성인 ADHD’
우울증 등 동반할 확률 11.6배 높아

직장인 A씨(36)는 잦은 지각과 부진한 업무 실적 때문에 고민이 많다. 상사로부터 질책을 받고서도 금방 지시가 내려온 내용을 잊기 일쑤여서 맡은 일을 마무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길다. 어릴 적부터 비슷한 지적을 계속 받아온 A씨는 심리적으로 위축돼 우울감을 느끼는 빈도도 늘었다. 그는 결국 병원을 찾아 ‘성인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라는 진단을 받고 치료에 들어갔다. A씨는 “치료를 통해 회사 생활에서의 문제가 많이 해결됐고 우울 증상도 호전됐다”라고 말했다.

성인 ADHD 환자는 우울증·양극성 장애 등 다른 정신 질환을 동반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A씨가 진단받은 성인 ADHD는 주의력 결핍과 과잉행동, 강한 충동성 등을 주요 증상으로 보인다. 부수적으로 감정 조절과 대인관계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 나타나고, 학습이나 업무 능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소아 ADHD는 대부분 성인기에도 지속하는데, 특히 성인기의 ADHD 증상은 과잉행동보다 주의력 결핍이 더 빈번하게 나타나는 특성을 보인다.

31일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원명·우영섭 교수 연구팀이 밝힌 연구 결과에서도 성인 ADHD 환자는 이 질환이 없는 사람들보다 우울증과 양극성 장애를 동반할 확률이 각각 11.6배, 3.2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전국 6개 건강검진기관(한국의학연구소)에 방문한 19세 이상 성인 1만7799명을 대상으로 ‘성인 ADHD 자기 보고 척도(ASRS)’ 검사를 했다. 그 결과, 국내 성인 중 2.4%가 ADHD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20대가, 소득 수준으로는 하위 50%에서 유병률이 유의미하게 더 높았다.

국내 ADHD 유병률은 소아에서 5%, 성인은 2.5%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집계를 보면 ADHD 증상으로 진료를 받은 전체 환자 수는 2018년 5만9275명에서 지난해 13만9696명으로 2.4배 증가했다. 그중 성인 환자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는데, 특히 30대 환자는 2018년 2325명에서 지난해 1만6376명으로 7배 급증했다. 20대 환자도 같은 기간 7610명에서 3만3672명으로 4.4배 늘었다.

연구진은 소아기에 ADHD를 발견하고 치료해야 성인이 될 때까지 환자가 겪는 문제와 함께 다른 정신질환까지 앓을 위험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우영섭 교수는 “대부분 ADHD는 소아기에 발병해 상당수가 성인기까지 지속한다”며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인지기능을 잘 발휘하지 못해 학업·업무·대인관계 등에서 많은 좌절을 겪게 되고, 그 결과 다양한 정신건강문제가 동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원명 교수는 “본 연구는 성인 ADHD 환자를 치료할 때 흔히 동반되는 다른 정신질환의 치료가 중요하다는 점을 밝혔다”며 “초기 진단 시 우울증과 같은 질환이 성인 ADHD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