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이인 잘못 기소해 엉뚱한 사람 벌금…대법 “공소 기각”

검사가 동명이인을 잘못 기소해 벌금형이 확정됐던 폭행 사건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됐습니다. 경찰이 수사 단계에서부터 잘못 입력한 인적사항을 검찰과 법원 모두 발견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A씨의 폭행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70만 원의 약식명령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검찰의 공소를 기각했습니다.

A씨는 지난해 4월 경기 평택시의 한 공원에서 행인을 폭행했다는 혐의로 같은 해 10월 약식명령으로 벌금 70만 원에 처해졌습니다. A씨가 불복 절차를 밟지 않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그런데 이 범행은 A씨가 아닌 동명이인 B씨가 저지른 것으로 경찰 수사 과정서 A씨의 주민등록번호와 등록기준지(본적)가 잘못 기재됐고, 검사가 이를 그대로 적시해 기소하면서 엉뚱한 사람이 처벌받은 것입니다.

벌과금을 독촉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사실을 파악한 검찰은 지난 4월 대법원에 비상상고를 제기했습니다. 비상상고는 형사소송법상 특별소송절차로, 검찰총장은 판결이 확정된 뒤 그 사건 심판에서 법령 위반을 발견한 때에는 대법원에 비상상고를 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표시상 착오로 공소장에 기재된 피고인에 대해서는 이 사건 공소 제기의 효력이 미친다고 할 수 없다"며 "법원으로서는 공소 기각의 판결을 해야 하는데도 이러한 조치 없이 약식명령이 그대로 발령·확정됐다면 이는 심판이 법령에 위반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과거 검찰 약식기소와 법원의 약식명령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던 A씨는 이번 비상상고 관련 서류도 '폐문부재(문이 잠겨있고 사람이 없음)', '수취인 불명' 등으로 송달받지 않았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카카오 '마이뷰',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양성모 기자 (maria615@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