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허위 제보’ 뒤엔 국정원…‘사건 조작’ 아무도 못 걸렀다
[앵커]
그럼 A 씨에 대한 마약 허위 제보는 어떻게 해서 이뤄진 걸까요.
KBS 취재 결과, 허위 제보자는 국정원의 마약 정보원으로 활동해온 인물로, 국정원으로부터 '실적' 요청을 받고 사건을 꾸민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어서 황다예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KBS가 확보한 A 씨 마약 사건 허위 제보자, 손 모 씨의 무고 혐의 공소장입니다.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에 돌입한 올해 초, 국정원의 일명 '나 과장'은 수년 간 관리해 친분이 깊은 손 씨에게 "단기적으로 실적이 될 수 있는 정보를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손 씨는 오랫동안 국정원에서 활동비를 받고 정보원으로 일한 마약 전과자였습니다.
손 씨는 나 과장의 요청에 '마약사범 근황 파일'을 입수한 후, 여기에서 A 씨의 개인 정보를 얻어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필리핀의 마약상에게 A 씨의 커피숍 주소지로 필로폰을 보내달라고 주문한 겁니다.
필리핀 마약상은 피규어 2개에 필로폰을 나눠 담아 국제우편을 보낸 뒤, 손 씨에게 송장번호를 보냈습니다.
손 씨는 필리핀 마약상이 찍어 보낸 송장 사진을 국정원에 전달했습니다.
국정원은, 이를 인천세관에게 주며 '이 우편물에 마약이 있다'고 알렸습니다.
그리고 세관 특별사법경찰은 우편물의 배달 경로를 추적해 A 씨를 구속 송치했습니다.
손 씨는 휴대전화 압수수색에 대비해 A 씨 앞으로 '부탁하신 것 잘 처리했다'는 문자 메시지까지 보내두게 했습니다.
한 편의 연극 같은 손 씨의 '마약 사범 만들기'는 다른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서부지검에 꼬리가 밟혔습니다.
이렇게 적발될 때까지 A 씨 사건 조작은 전혀 포착되지 않았습니다.
실적을 요구한 국정원, A 씨를 추적해 구속 송치한 세관, 구속 기소한 검찰, 재판을 진행 중인 법원까지 모두 말려든 겁입니다.
해당 기관 중에 손 씨의 조작을 눈치챈 곳이나 검증한 곳은 없었고, 책임진 곳도 당연히 없었습니다.
[관세청 관계자/음성변조 : "수사 내용과 관련해서 말씀드릴 수 있는 내용은 없고, 재판 결과를 좀 지켜봐야할 거 같고요."]
'무고 가해자' 손 씨와, '무고 피해자' A 씨를 모두 피고인석에 앉힌 검찰, 대검찰청은 KBS 보도 직전, A 씨의 필로폰 밀매 혐의에 대해선 인천지검에서 수사심의위원회를 열어 공소 취소 여부를 결정할 거라고 밝혀왔습니다.
KBS 뉴스 황다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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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다예 기자 (allye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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