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이스라엘 지지하면서도 말 조심…"국제사회 여론 의식"-NYT
블링컨, 중동 순방 후 바이든에 전화걸어 "아랍 반대 심하다"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바이든 대통령의 언사가 변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에서 굳건히 이스라엘의 편을 들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메시지가 최근 3주 동안 극적으로 바뀌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0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기본 입장 자체는 변하지 않았으나,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 국방부와 국무부 고위 관료들이 이스라엘의 대응 방식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기 시작했다.
단기적으로 미국 관리들은 하마스 조직원들이 의도적으로 민간인과 뒤섞여 생활하고 있을지라도 가자지구 내 민간인 사상자 발생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작전을 조정하라는 뜻을 매우 강경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9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민간인 보호에 관한 국제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마스 조직원들이 가자지구 내 병원을 지휘본부로 활용하고 있다는 이스라엘군의 주장에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무뚝뚝한 태도로 "이는 매일 이스라엘 측과 얘기하는 것"이라며 병원은 합법적인 군사 목표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미국 관리들의 이런 태도 변화는 이스라엘의 대응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빗발치고 미국 내에서도 친이스라엘 시위와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벌어지며 여론이 분열되고 있는 가운데 본격화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29일 기준 가자지구에서 80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밝힌 상태다. 이 가운데 41%는 어린이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가자지구 사망자 수가 수천 명까지 치솟으면서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의 모든 행동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역사학자인 티모시 나프탈리 컬럼비아대 세계정치연구소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얼마나 양극화됐는지 잘 알고 있으며 세계가 얼마나 양극화됐는지도 예리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지상 침공을 예고하며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을 강화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점점 더 비판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비판적인 메시지는 처음에는 이스라엘에 사적인 의견을 전달하는 형태였지만, 지금은 공공연한 수준이다. 그 계기는 바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중동 순방이었다. 마지막 행선지였던 이집트에서 미국으로 돌아가는 길, 블링컨 장관은 바이든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아랍 세계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반대가 점점 거세지고 있음을 확실히 전달했다.
당초 미국은 하마스가 기습공격 당시 이스라엘에서 저지른 잔혹행위 때문에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가 폭넓게 형성될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으나, 현실은 달랐다.
미국 관리들도 이스라엘을 위해 더 많은 국가들의 외교적 지지를 끌어낼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걸 자각했다고 NYT는 전했다.
세계 각국, 특히 신흥국으로 이뤄진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팔레스타인인 사망자 수가 늘어나는 것에 우려하고 있다. 미국의 유럽 동맹국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미국 관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을 때처럼 국제 사회를 규합하는 게 이번 전쟁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깨닫고 있다고 토로했다.
◇'엔드게임' 없는 이스라엘…미국은 우려 전달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을 계기로 미국 정부 내부에서는 이스라엘의 지상작전 계획에 대한 의구심이 커져갔다고 NYT는 전했다.
한 미국 관리는 이스라엘 지도자들이 가자지구 침공에 대한 최종 전략을 갖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전시 비상내각이 가자지구 점령을 시작한 이후에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다소 대책이 없어 보이는 이스라엘에 미국은 차분히 질문을 던졌다고 NYT는 전했다.
이스라엘에 파견된 미국 관리들은 이래라저래라하기보다는 △ 가자지구에 있는 지하 땅굴들은 어떻게 처리하려 하는가 △작전이 성공한다면 가자지구는 누가 관리하는가 △민간인 희생자들이 증가하면 여론이 어떻게 변할지 생각해 봤나 △가자지구의 위기가 헤즈볼라나 다른 민병대의 참전을 끌어낼 거라고 보나 등 구체적인 질문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지도자들이 가자지구 지상작전에서 민간인의 대규모 희생까지 감수하려 한다는 것이 분명해지자 미국은 설득에 나섰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가자지구 지상 침공을 보류하라고 조언했다. 인질 협상에 시간이 더 필요하고, 가자지구에는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며,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단체에 대응해 방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근거를 댔다.
결국 이스라엘은 방향을 선회했다. 전면적인 지상전 대신 가자지구의 주요 거점을 한 조각씩 장악해 가는 전술을 취하고 있다. NYT는 현재 가자지구에 대한 미국의 접근법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등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제안과 일치한다고 전했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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