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1,2학년 체육 단독 교과 분리 등 청소년 체육활동 강화 정책…넉넉한 시설, 전문 인력 없이는 불가능
40년 만에 초등학교 1·2학년 교육과정에서 ‘체육’이 단독 교과로 분리될 수 있을까.
비만 증가, 체력 저하 등 운동 부족으로 인한 청소년 체력 문제에 제동을 걸만한 교육부 기본계획이 발표됐다.
교육부는 지난 30일 제2차 학생건강증진 기본계획(2024∼2028)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초등 1∼2학년 ‘즐거운 생활’에서 ‘체육’ 교과 분리 방안 추진 △2028년까지 학교 내 수영장 300개 설치 △중학교스포츠클럽 활동 시간 30% 확대 △고등학교 ‘체육’ 필수이수학점(10학점) 충실 운영이 골자다.
그동안 초등 1~2학년 신체활동은 즐거운 생활에 포함됐다. 음악, 미술, 체육을 한데 묶은 융합과정이다. 봄철 꽃구경, 가을 단풍 그리기 등 정적인, 소근육 활동이 태반이었다. 누리과정에서 가장 강조된 신체발달 영역이 초등 교육에서는 뒷전으로 밀려온 셈이다. 다만 이게 실제로 구현될지는 미지수다. 교육부는 “언제 통합하겠다는 로드맵이 있는 건 아니다.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고 국가교육위원회에 제안한 것”이라며 한발 뺐다. 교과과정 개정은 다른 교과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타 교과에 미치는 영향이 없도록 한다”는 교육부 기준이 변화를 거부하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많은 신규 정책들을 현장에서 구현할 물리적 환경 조성, 전문인력 확충에 대한 정책들도 미비하다. 교내 수영장 300곳 설치부터 이뤄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다수 학교에는 길이 25m 또는 50m 규격 수영장을 지을만한 공간이 없다. 엄청난 비용을 들여 건립해도 운영 및 관리, 샤워장과 탈의실 등 부대시설 설치 및 가동 등에도 큰 추가 비용과 적잖은 고정 인력이 필요하다. 결국, 운동장을 파서 간이 수영장을 짓는 선에 그치면서 향후 시설이 방치될 공산이 크다. “지방자치단체가 수영장을 짓고 학교 수업에 먼저 사용하도록 하는 협력 구조 확립이 더 현실적”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이 있다. 교육부는 △유해 물질 최소화 △디지털 기반 체력 교실 확산 △학생수련원 시설 보수 등을 ‘교육환경조성정책’으로 내놓는 데 그쳤다. 현장에서는 망가진 인조잔디 등 기존 시설 개보수가 더 시급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인력 지원 정책도 미흡하다. △학생건강증진 전문기관 설치·운영 △건강정책 관련 담당 인력 인적교류 활성화 △학생 건강증진 전문인력 배치 확대 등 현재 인원을 재교육해 재배치하는 게 전부다. 넉넉한 시설, 전문 강사가 없다면 아무리 좋은 컨텐츠도 소용이 없다.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서 고등 3년 동안 이수해야 하는 체육수업이 주당 12시간이 10시간으로 줄었다. 고등 1~3학년 중 한 학년은 1년 동안 체육수업을 주당 1시간만 한다는 뜻이다. 주당 1시간 체육수업은 큰 의미가 없다. 체육 10학점을 준수하겠다는 교육부 방침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초등 5학년부터 고등 3학년까지 실시하는 건강체력평가(PAPS)를 초등 3학년부터 시작하는 정책도 환영받을만 하다. PAPS를 효과적으로 실시하려면 △측정 종목·평가 기준 수정 및 보완 △독립적 측정단체 지정 △평생 체육정책과 연결고리 확보 △체력측정과 건강검진 연계 운영 등이 필요하다. 실효성 중심 종목 재선정, 느슨하고 들쭉날쭉한 평가 기준 조정, 체육교사가 측정하면서 생기는 태생적 오류 수정, 고교 졸업 후 생활과 PAPS 연계성 확보 등을 하지 못하면, PAPS는 계륵, 애물단지 신세를 면키 힘들다.
교육부는 인근 체육시설에서 다양한 종목을 배울 수 있는 ‘신나는 주말 체육학교(문화체육관광부 사업)’를 지원하는 등 학생 주말 스포츠활동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신나는 주말 체육학교 내년 예산은 오히려 줄었다. 인기 프로그램마저 지원이 줄어드는 마당에 학교와 가정이 연계해 학생 체육 활동을 강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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