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탱크, 팔레스타인 일가족 탄 차량 포격해 살해

이철민 국제 전문기자 2023. 10. 31.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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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 불도저 발견하고 되돌리려는 차량에 발사하는 동영상 공개돼
이스라엘군 “테러범들도 민간 차량 사용해, 식별 못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 지상군이 밤새 가자지구에 대규모 공격을 가했다고 외신이 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 13일 이스라엘군 탱크가 가자지구 국경을 향해 전진하는 모습./AP연합뉴스

가자(Gaza Strip) 북부 지역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지상군 공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이스라엘군 탱크가 30일 오전(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족이 탄 차량에 포를 발사해 파괴하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공개됐다. 이 포격으로 일가족 중 운전자 남성과 뒷좌석에 탄 여성과 아이 한 명이 숨졌다고, 이들의 시신을 접수한 알 아크사 병원 측은 밝혔다.

이 사건에 대해,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테러범들도 탱크와 군용 지프가 아닌, 일반 민간 차량을 이용해 공격한다”고 답했다.

팔레스타인 출신의 사진기자인 바샤르 탈리브와 알 아라비 TV의 카메라맨인 유세프 사이피는 이날 오전 8시30분쯤 가자 지구 북부의 핵심 도시인 가자 시티로 쪽으로 달리고 있었다. 가자 시티는 무장 테러집단인 하마스의 핵심 근거지 중 한 곳으로, 현재 이스라엘군이 최소 세 방향에서 포위하고 하마스 근절 작전을 펼치고 있다.

사이피는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서방 언론에 “가자 시티 쪽으로 가기 위해, 넷자림 교차로에서 가자 시티를 남북으로 잇는 살라아딘 도로로 좌회전하기 직전에 이스라엘 탱크와 불도저를 발견했다”며 “차를 황급히 돌리면서, 우리보다 앞에서 달리던 흰색 민간인 차량이 살라아딘 도로를 접어든 것을 봤다”고 말했다. 사건이 발생한 곳은 가자 시티 남동쪽의 농경 지역으로, 그가 당시 찍은 동영상은 X를 비롯한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게재됐다.

그는 차량 후드에 흰색 깃발을 단 이 차량의 운전석에는 한 남성이, 뒤에는 여성과 아이들이 타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차량은 살라아딘 도로를 달리다 뒤늦게 이스라엘군 탱크 2대와 불도저 1대가 길을 가로 막은 것을 발견했고, 차를 멈춘 뒤 차를 돌려 오던 길을 되돌아가려고 했다. 그러나 동영상을 보면, 서둘러서 되돌아가려는 이 차량에 이스라엘군 탱크가 포격을 가한다.

동영상을 찍은 두 명의 팔레스타인 기자들은 황급히 현장을 벗어나며 “저 남자는 죽었다. 온 가족이 죽었다”고 절규한다. 이 장면을 함께 본 탈리브는 미국 NBC 방송에 “만약 그 차가 우리 앞에 없었으면, 우리가 표적이 됐을 것”이라며, “현장에서 급히 나오면서 맞은 편에서 많은 사람을 태우고 오는 버스를 보고 ‘되돌아가라’고 소리 질렀지만, 우리가 워낙 속도를 내고 있어서 못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스라엘군 탱크의 민간인 차량 포격에 대한 월스트리트저널의 문의에, 이스라엘군 대변인인 니르 디나르 소령은 “이스라엘군은 이 차가 민간인 탑승 차량인지, 그 안에 누가 타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며 “테러범들도 민간 차량을 사용하지, 탱크나 군용 지프가 없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이스라엘군이 지난 수일 간의 작전으로 가자 시티를 비롯한 가자 북부에서 600여 개의 하마스 표적을 파괴했다고 발표한 지 수 시간 뒤에 발생했다. 이들의 시신이 접수된 알 아크사 병원 측은 “3명이 숨졌으며, 나머지 아이들은 다쳤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주민들에게 ‘남쪽 대피’ 경고하지만...

이스라엘군은 10월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민간인 1400여 명이 숨진 이래, 공습을 계속하며 이번 지상군 투입에 앞서 가자 북부 주민들에게 남쪽으로 대피하라고 경고를 되풀이했다. 주민 70만 명이 살고 있는 가자 시티와, 전체 110만 명이 살고 있는 가자 북부 도시 지역의 지하 상당부에는 하마스가 파 놓은 땅굴이 존재한다.

그러나 하마스는 병원, 학교와 같은 공습 대피소로 피신한 팔레스타인 주민들로부터 개인 소지품과 자동차 열쇠를 압수하면서, 대피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하마스 대원들이 주민들을 총으로 위협하며 대피를 막는 일도 목격됐다. 또 이번 전쟁 전에는 불과 3달러였던 가자 지구 남북간 이동 교통수단의 요금이 현재 수백 달러로 치솟으면서, 많은 가자 주민들의 발이 묶였다.

또 하마스는 도시의 병원들을 비롯한 민간 시설 내부에 입구를 설치해서, 땅굴들을 연결하고 있다. 하마스는 병원ㆍ학교ㆍ이슬람 사원들에 대피한 주민들을 ‘인간 방패’로 쓰면서, 같은 장소에 터널 출입구와 무기고, 통신ㆍ지휘 센터를 설치했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赤新月社)는 29일 이스라엘군이 현재 1200명의 주민이 대피해 있는 가자 시티의 알쿠즈 병원에서 불과 30m 떨어진 곳을 수 차례 폭격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군은 이 병원을 하마스가 지휘 통제 센터로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2009년 하마스와의 전쟁에서 이 병원에서 하마스 터널로 연결되는 입구를 발견했으며, 이 병원 내부에선 평소에도 하마스 대원들이 목격된다고 한다.

지난 27일 이스라엘군 수석 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해군 소장은 “가자의 최대 병원인 알 시파 병원 단지에는 로켓 발사대와 연료 저장소 등이, 지하에는 하마스 지휘센터, 무기고 등 각종 시설이 마련된 복잡한 복층 구조의 터널이 설치돼 있다”며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위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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