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늪 빠진 티빙, 구독료 20% 인상…이용자 잡을 수 있을까 [정지은의 산업노트]

최저 구독료 월 7900원→9500원
콘텐츠 제작비 늘어나는데 수익성 뚝
‘넷플릭스 천하’ 속 돌파구 모색
12월부터 콘텐츠 다운도 가능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이 오는 12월부터 구독료를 20% 이상 인상한다. 최저 월 요금제가 7900원에서 9500원으로 바뀐다. 티빙이 구독료를 올린 것은 2020년 독립 출범 후 3년 여 만이다. 수익성 악화로 고민하던 티빙이 파격적인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대 23.9% 요금 인상…수익성 고민

티빙은 오는 12월부터 신규 가입자 구독료를 인상하는 등 주요 서비스를 전면 개편한다고 31일 발표했다. 기존 웹 결제시 요금을 기준으로 베이직은 월 7900원에서 20.3% 인상한 월 9500원, 스탠다드는 월 1만900원에서 23.9% 올린 월 1만3500원으로 변경했다. 프리미엄은 월 1만3900원에서 22.3% 인상해 월 1만7000원으로 책정했다. 수수료를 감안해 웹에서 결제하면 앱 결제 방식보다 할인해주던 정책도 없앴다.

기존 가입자에 대해선 웹 가입자의 구독료를 인앱결제 수준으로 소폭 인상한다. 베이직 9000원, 스탠다드 1만2500원, 프리미엄 1만6000원 등이다. 기존 가입자에겐 내년 1~3월 구독료 변경에 대한 사전 동의를 받는다는 방침이다. 동의 시 내년 5월까지 최대 3개월간 기존 요금으로 이용하다, 이후 인상분을 적용할 계획이다.

구독료 인상의 핵심 배경으로는 갈수록 떨어지는 수익성이 꼽힌다. 티빙의 영업손실은 2020년 61억원, 2021년 762억원, 지난해 1191억원으로 계속 늘고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비가 증가한 데 비해 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티빙의 콘텐츠 원가는 2021년 707억원에서 지난해 1167억원으로 불었다.

대신 광고를 시청하면 더 저렴하게 구독할 수 있는 ‘광고형 요금제(AVOD)’를 내년 1분기 중 출시한다. 이 요금제는 월 5500원으로 거의 반값이다. 광고를 보더라도 월 구독료를 낮추고 싶어하는 이용자와 OTT에 광고를 노출하길 원하는 기업 수요를 동시에 사로잡겠다는 전략이다. 광고 플랫폼으로 추가 이익을 얻는 형태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다.

 ○넷플릭스처럼 다운로드 추가

티빙은 오는 12월부터 이용 편의성 측면에서도 여러 변화를 주기로 했다. 넷플릭스처럼 콘텐츠를 다운로드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하는 게 핵심 변화다.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는 물론 드라마, 영화, 다큐멘터리 등 콘텐츠를 태블릿이나 앱에 다운로드받아 볼 수 있게 됐다. 콘텐츠 다운로드는 장거리 비행 등에 활용도가 높다는 전언이다. 이 밖에 프로필 개수도 1개에서 4개로 늘린다.

tvN, JTBC 등 29개 실시간 라이브 채널도 12월부터 무료로 전환한다. 종전에는 티빙 유료 구독자여야 실시간 방송을 시청할 수 있었다. 티빙 관계자는 “이번 서비스 개편으로 이용자 선택권과 편의성을 두루 높일 것”이라며 “해외 OTT에 견줄만한 경쟁력을 갖춰 치열한 OTT 시장에서 확고히 자리매김하겠다”고 했다.

티빙은 ‘넘버원 K 콘텐츠 플랫폼’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8월 국내 OTT 월 활성 이용자 수(MAU)는 쿠팡플레이(563만명)가 티빙(540만명)을 앞질러 2위를 기록했다. 1위는 1223만명을 확보한 넷플릭스다. 종전까지 넷플릭스에 이어 2위로, 토종 OTT 중에선 1위였던 티빙의 입지가 약해졌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4위 웨이브의 MAU는 439만명에 그쳤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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