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뿌린다" 또 그 목소리…피싱 일당 51명 잡았다

행안부, 통합데이터분석센터·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보이스피싱 음성분석 모델' 개발

(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 나기현 국과수 디지털 과장(왼쪽)이 지난 2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행정안전부에서 열린 최초의 '보이스 피싱 음성데이터 분석모델' 개발완료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2023.2.2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부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보이스피싱 음성분석 모델'로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을 대거 붙잡았다.

행정안전부는 31일 통합데이터분석센터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개발한 음성분석모델을 활용해 3개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의 총책과 자금관리책 등 총 51명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들 조직은 국내 아파트 등에 콜센터 사무실을 갖추고 개인정보·대포폰 등을 이용해 '성관련 동영상을 유포한다'는 등의 내용으로 피해자들을 협박해 6억원을 뜯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 5월 최초로 보이스피싱 범죄에 사용되는 해외 발신 번호를 '010'으로 시작하는 국내 휴대전화 번호로 바꿔주는 중계기 현장 단속과정에서 5명을 검거했다.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경찰은 지난 7월 행안부로부터 배포받은 분석모델을 활용해 검거된 피의자의 음성과 피해자들로부터 확보한 범죄자 음성 동일 여부를 1차 판독했고, 동일인 여부를 확인한 수사관은 이를 통해 피의자들의 혐의 입증에 성공했다.

국과수는 음성분석모델을 통해 검거된 피의자 음성과 보유하고 있던 1만3000여 개의 보이스피싱 범죄자 음성을 비교·분석했다. 국과수와 경기남부청 간 긴밀한 공조 속에 12차례에 걸친 상호분석을 진행한 결과 미제사건으로 분류돼 있던 '해외 A콜센터 조직 사건' 등 17개 사건과의 연관성을 확인하고 관련 범죄자들도 찾아냈다.

경기남부청은 자체분석 및 국과수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혐의자를 빠르게 특정해 통화·계좌내역 조사, CC(폐쇄회로)TV 확인 과정 등 후속 수사를 속도감 있게 진행할 수 있었다고 행안부는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콜센터 총책과 자금관리책, 상담원 등 3개 조직의 혐의자를 특정해 이달까지 직접 가담자 16명과 관련범죄 가담자 등 총 51명을 검거했다. 현재 혐의가 특정된 피의자들에 대한 추가 검거작업이 진행 중인 만큼 앞으로 검거 인원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행안부와 경찰은 음성분석모델이 이번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의 수사와 검거 속도를 높이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국내 보이스피싱 범죄조직 검거에 이어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던 해외활동 조직의 실체를 밝혀 조직원을 추가 검거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행안부는 앞으로 연 2회 분석모델 활용 정기교육을 시행하고, 다양한 음성 관련 사건 수사에 분석모델이 사용될 수 있도록 확산을 지원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이번 범죄조직 일당 검거를 통해 보이스피싱 음성분석 효과성이 확인됐다"며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 음성범죄 수사 과정에서 범인을 빠르게 검거하는 데 모델이 널리 활용될 수 있도록 교육과 모델 고도화를 병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창명 기자 charming@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