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질환 감별 병역판정검사의 진화…“지난해 당뇨·간염 등 질병 600여건 발견”

정충신 기자 2023. 10. 3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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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무청, 정확한 병역판정·질병 확인 위해 최신 의료장비 확보,검사 항목 확대
지난해 척추측만증, 당뇨, 간염 등 식별 치료에 도움 600여건
정밀한 병역판정검사 통해 맞춤형 개인 건강정보 제공…적기 치료 지원
병무청이 병역판정 후 병역대상자에게 제공하는 건강검진 결과서. 병무청 제공

그동안 병역 면탈을 위한 가짜질환을 가려내는 감별사 수단 또는 단순 판정 검사에 그쳤던 병역판정검사가 우수한 정밀진단검사 기기 및 전담의료진 확보로 병역대상자 질병을 조기 진단해 치료를 도와주는 등 청년들의 건강을 챙기는 첫 종합건강검진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31일 병무청에 따르면 병역의무자가 병역판정검사에서 처음으로 병리검사, 방사선 검사 등을 실시해 알 수 있게 되는 질병에는 척추측만증, 당뇨, 간염 등이 있는데, 지난해 병역의무자들에게서 식별된 이러한 질병은 600여 건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병무청은 "확인된 질병은 본인에게 직접 알려주고, 치료방법을 안내해 조기에 치료를 받고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생애 첫 종합건강검진 차원의 병역판정검사로 거듭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병역판정검사가 처음 실시된 1950년 1월 6일 초기 단계에는 검사 대상자의 신체 외관을 확인하는 등의 간이검사에 그쳤다. 이후 병역판정검사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의료 장비들이 도입됐다. 검사 인력도 군의관에서 병역판정검사를 전담하는 병역판정검사전담의사 제도를 도입, 검사의 전문화가 이뤄지면서 병역판정검사의 신뢰도가 크게 향상됐다.

병무청은 31일 병역판정검사 제도가 발전해오는 과정에서 정밀한 병역판정검사를 위한 정책 추진이 청년들의 건강 증진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추진 내용과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주요 추진 내용은 △ 최신 의료장비 확보, 병리검사 항목 확대 등 병역판정검사 정밀성 강화 △ 맞춤식 건강정보 제공으로 몰랐던 질병 조기치료 기회 부여 △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연계해 심리취약자 치료 지원 강화 △ 병역판정검사 데이터를 활용한 국민건강관리 연구 지원 등이다.

병무청 관계자는 "병역판정검사는 병역이행이 가능한지 여부를 정확하게 판정해 공정한 병역이행 기반을 조성하는 병역의 첫 단추로 본연의 임무를 발전시켜왔다"며 "병역판정검사가 병역판정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검사 체계를 혁신적으로 발전시켜 청년들의 건강을 지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병역 대상자의 심리취약자 정신건강서비스 지원체계 업무처리 흐름도. 병무청 제공

먼저 의료장비 도입과 검사 확대로 병역판정검사의 정밀성을 강화했다. 병무청은 "자기공명영상(MRI)의 경우 2002년 중앙병역판정검사소에 최초로 도입한 이래, 현재 상시 병역판정검사를 실시하는 대부분의 지방병무청에 9대가 설치돼 있다"며 "컴퓨터단층촬영(CT) 역시 12대가 있어 정형외과, 신경외과 질환 등의 정확한 병역판정과 질병 확인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소변, 혈액 검사는 건강상태에 대한 중요한 지표가 되는데, 많은 종류의 검사를 시행할수록 유익한 건강정보가 된다. 병무청은 지난해 신사구체여과율, 올해 알부민 검사 및 고밀도 콜레스테롤(HDL 콜레스테롤) 검사 등 병리검사 항목을 매년 1~2종씩 점진적으로 늘리고 있다. 또 2017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잠복결핵검사도 병역의무자들에게 유익한 건강지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병무청은 "앞으로도 질병 치료를 위한 약물 복용 여부를 확인하고자 질량분석기를 신규 도입하는 한편 청년들의 생활습관, 질병발생 추이 등을 고려해 맞춤형 병리검사 항목을 지속 확대해 공정하고 정확한 병역판정검사를 강화하는 동시에 병역의무자 즉 청년들의 건강증진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두번째는 질병 조기 치료 기회와 맞춤형 건강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2017년부터 건강검진결과서에 세부 검사항목별 검사목적, 결과에 대한 임상적 의미 및 개인별 상세 질병 건강정보를 기재해 제공하고 있다. 병역의무자들이 제공받은 건강정보는 질병 원인, 증상, 치료, 예방 등 7개 종류 57개 항목에 이른다. 병무청은"앞으로도 병리검사 항목을 확대해 검사항목을 추가하겠다는 입장이다.

세번째는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연계한 심리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병무청은 "최근 20대 청년들의 정신관련 질환이 가파르게 증가함에 따라 병역판정검사 시 정신건강의학과 검사 분야에서 심리검사(인성검사, 인지능력검사), 임상심리사 검사(개별면담, 도구검사),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검사의 3단계 검사에 더해 최근에는 정밀심리검사를 추가한 4단계 정밀한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0년부터 보건복지부와 협업해 검사 결과 심리취약자 등 정신건강의학과 치료가 필요한 대상을 선별해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해 상담·치료 등 정신건강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 본인이 원하는 경우 병무청 임상심리사가 병역의무자의 상태를 가족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상담을 실시하고 전문가적 입장에서 설명함으로써 적기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등 심리상담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병무청은 "신속한 상담 및 치료 연계 등으로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여 청년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조기 발견·관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병역판정검사 데이터 활용 국민건강관리 연구 지원이다. 병무청은 "병역판정검사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의료분야 연구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며 "그동안 삼성서울병원 등 주요 대형병원에 2400만여 건의 검사 결과 데이터가 제공돼 B형 간염 유병률 연구, 성인 남성의 비만율 변화 연구 등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의료분야 연구를 통해 치료법 개발 등에 도움이 되고,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정책 개발이 될 수 있도록 의료기관 등과 적극 협업해 나가기로 했다.

이기식 병무청장은 "정밀한 병역판정검사를 통해 병역처분의 정확성을 기하고 질병의 특성을 악용한 병역면탈 행위를 차단하는 한편, 병역판정검사가 ‘청년 건강 지킴이’가 돼 청년들의 건강을 지켜줄 뿐만 아니라 검사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가 국민 건강까지도 지켜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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