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경찰’을 아시나요...“자해 시도하는 과격 시위자도 대화로 설득”

조율 기자 2023. 10. 3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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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경찰'에게 가장 중요한 건 끝없는 인내와 공감이에요. 기다려주고, 들어주다 보면 상대방의 마음은 반드시 열립니다."

노란색의 '대화 경찰' 조끼를 작은 가방 안에 넣어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닌다는 박 경위는 "대화 경찰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확산돼 건전한 집회 시위 문화가 정착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시위자분들이 저희 대화 경찰을 마음 놓고 찾을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뛰어다니겠습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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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경찰’에게 가장 중요한 건 끝없는 인내와 공감이에요. 기다려주고, 들어주다 보면 상대방의 마음은 반드시 열립니다."

박태근(49) 서울 영등포경찰서 공공안녕정보계 경위는 31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회 인근 집회·시위 현장에는 항상 ‘대화 경찰’ 6년 차 박 경위가 있다. 대화 경찰은 집회 현장에서 시위대 등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갈등을 줄이고 시위의 평화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힘쓴다. 경찰은 지난 2018년 10월부터 대화 경찰 제도를 전국적으로 확대해 시행 중이다.

대화 경찰 중에서도 국회를 담당하는 박 경위의 책임감은 크다.

"국회는 좌·우, 노·사 등 이념이 나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입니다. 시위자 간, 경찰과 시위자 간, 시위자들과 인근 주민 간 등 다양한 갈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죠.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국회를 찾는 사람들은 시위 중 극단적 행위를 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최근에도 국회 인근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을 전후로 지지자들의 국회 진입 시도, 민주노총의 1박 2일 노숙 집회, 교사집회 등 대규모의 집회·시위가 줄을 이었다. 국회 담당은 현장 갈등 관리뿐 아니라 시위자들의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 국회의 입법 사항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빠르게 파악해두어야 한다는 것이 박 경위의 설명이다.

시위 중 시위자의 폭력에 노출되고, 욕설과 비방 발언을 듣는 등 육체적·정신적 소모가 크지만, 죽음을 결심했던 시위자를 살리고, 갈등을 조정해 평화를 이끌었을 때는 큰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다. 박 경위는 지난 9월 한 시위자의 자해 소동을 생생히 기억했다.

"사기 피해를 당했다며 경북 안동에서 올라와 용산, 국회 등에서 트럭 농성을 하려다 경력에 저지당한 상황이었어요. 차량 리프트에 올라 목에 목줄을 걸고 쪽가위를 대고 계셨죠. 일촉즉발의 현장이었어요. 경찰이 다가오기만 해도 ‘자해하겠다’며 적대적인 모습을 보였어요.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고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그 분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평화로운 방법으로 국회 앞에서 시위를 진행할 수 있도록 설득했습니다. 그랬더니 저에게만은 자신의 모든 것을 털어놓으셨죠. 시위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시기 전에는 근처에서 일하는 본인의 딸까지 소개해 줬습니다. 대화 경찰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입니다."

‘하이트진로 규탄 버스 농성’도 박 경위에게 의미 깊은 일이다. 2020년 6월부터 시작된 시위는 아침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확성기를 통한 농성방송으로 이뤄졌고, 이로 인해 국회와 주변 상가에서 소음신고와 민원이 줄을 이었다. 상황 조율을 위해 박 경위는 시위자를 1년간 수차례 찾아갔다. 끈질긴 설득 끝에 2021년 10월부터 방송 농성 시간을 아침과 저녁 각 1시간 30분씩으로 줄여 진행하는 것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노란색의 ‘대화 경찰’ 조끼를 작은 가방 안에 넣어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닌다는 박 경위는 "대화 경찰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확산돼 건전한 집회 시위 문화가 정착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시위자분들이 저희 대화 경찰을 마음 놓고 찾을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뛰어다니겠습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조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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