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 미국인 교수의 선물…박정양 부인 묘지, 美서 돌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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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남편 이름은 '박정양'입니다. 그에 대해 찾아보니 그는 (조선의) 첫 주미국대사였습니다."
피터슨 교수가 한 골동품 가게에서 샀다는 네모난 판은 초대 주미 전권공사를 지낸 박정양(1841∼1905)의 부인 양주 조씨(1841∼1892)의 생애를 기록한 묘지(墓誌)였다.
실제 피터슨 교수는 지난해 7월 올린 동영상에서 묘지를 '장례 문서'라고 지칭하며 "관 안에 함께 있었는데, 항상 당신이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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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자로 빼곡히 쓰인 양주 조씨의 삶…'미시즈 조' 연구·조사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그녀의 남편 이름은 '박정양'입니다. 그에 대해 찾아보니 그는 (조선의) 첫 주미국대사였습니다."
지난해 7월 마크 A. 피터슨 미국 브리검 영 대학교 명예교수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우물 밖의 개구리'(Frog Outside the Well)에서 한국 유물 하나를 소개했다.
동영상 제목은 '주미대사의 부인'.
피터슨 교수가 한 골동품 가게에서 샀다는 네모난 판은 초대 주미 전권공사를 지낸 박정양(1841∼1905)의 부인 양주 조씨(1841∼1892)의 생애를 기록한 묘지(墓誌)였다.
백자판 위에는 조씨의 삶과 성품, 가족관계 등이 122자로 빼곡히 쓰여 있었다.
떠난 이의 삶을 정리한 귀한 기록인 묘지가 미국에서 돌아와 후손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피터스 교수로부터 '백자청화정부인양주조씨묘지'(白磁靑畵貞夫人楊州趙氏墓誌)를 기증받아 반남박씨 죽천공파 종중에 전달했다고 31일 밝혔다.
묘지는 고인의 행적을 적어 무덤에 함께 묻은 돌이나 도판을 뜻한다.
양주 조씨는 생전 박정양과 1남 2녀를 뒀는데 1892년 숨진 뒤 경기 수원에 묻혔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조씨는 1921년에 포천에 있는 박정양의 묘소에 합장됐는데 묘지의 상태로 미뤄 볼 때 합장하기 전에 알 수 없는 이유로 유실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피터슨 교수는 백자판에 푸른색 글씨로 된 묘지를 오랜 기간 연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리검 영 대학에서 아시아 및 인류학을 전공하고 하버드대에서 동아시아학으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미국 내 한국학 권위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1978∼1983년에 한국 풀브라이트재단 관리자로도 근무했는데, 유튜브 설명에 따르면 그는 서울의 한 가게에서 우연히 묘지를 산 뒤 약 40년간 보관해왔다.
이후 그는 묘지 내용을 연구하며 조씨와 조씨 가문에 대해서도 조사했다고 한다.
실제 피터슨 교수는 지난해 7월 올린 동영상에서 묘지를 '장례 문서'라고 지칭하며 "관 안에 함께 있었는데, 항상 당신이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묘지가 후손 품으로 돌아오는 데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역할도 컸다.
당시 동영상을 본 재단의 미국사무소 직원이 피터슨 교수와 한국에 있는 박정양의 후손인 반남박씨 죽천공파 종중에 연락했고 기증을 끌어냈다.
재단은 양측으로부터 묘지를 임시로 기탁받아 지난해 10월 미국 워싱턴 D.C. 주미대한제국공사관에서 열린 한미 수교 140주년 기념 특별전에서 묘지를 공개했다.
피터슨 교수는 후손에게 묘지를 돌려줄 수 있어 기쁘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전날 서울 마포구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서 열린 기증식에 직접 참석해 평소 묘지를 '미시즈 조'(Mrs. Cho)라고 부르며 아껴왔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고 한다.
올해 1월에는 종중회장이자 박정양의 증손인 박찬수 고려대 교수와 직접 만나 박정양과 조씨가 함께 묻힌 무덤을 방문하는 영상을 올리며 '이 순간을 꿈꿔보지도 못했다'고 감회를 밝히기도 했다.
재단 관계자는 "평소 집에서 보관하며 '미시즈 조'가 어떤지 꼼꼼히 살피셨다고 한다. 기증식 말미에 '마지막으로 만져봐도 되냐'고 말씀하시며 한참을 쳐다보셨다"고 전했다.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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