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컴퍼니로 해외비자금 49억원 빼돌린 사주…징역 6년

서울북부지법.

무역대금으로 위장해 해외비자금을 조성하고 유용한 제조업체 사주가 실형을 받고 법정 구속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재판장 이태웅)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해외비자금을 형성하는 등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재산국외도피, 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기업 정모(51) 전 부사장에 대해 징역 6년과 49억여원의 추징금을 선고했다.

정씨는 지난 2009년부터 2020년 6월까지 11년 동안 원목과 합판 재료를 수입하는 A기업 부사장으로 재직하며, 홍콩 소재 페이퍼컴퍼니를 정상적인 중계 기업인 것처럼 위장해 무역대금 명목으로 61억원의 해외 비자금을 조성하고 부동산과 가상화폐 구입 등에 유용한 혐의를 받고 지난 1월 기소됐다.

2020년 4월에는 범행과 관련해 압수수색이 진행될 예정이라는 소식을 듣고 A기업 소속 직원에게 허위 거래 관련 이메일과 자료를 삭제하도록 지시하는 등 증거인멸교사 혐의도 받고 있다.

정씨는 2007년 5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법인을 통해 홍콩에 다수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 이후 A기업이 해외 거래처와 원목과 합판 재료 수입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물량 확보와 가격 협상 등의 역할을 한 것으로 위장해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빼돌린 뒤 개인적으로 사용했다.

법원은 거래마다 수수료가 각기 다르게 책정된 점을 고려해 범죄액을 총 49억 2476만 492원으로 산정해 추징을 명령했다.

법원은 “10년 이상 기간동안 수입가격을 부풀려 433만 달러 상당을 국외로 도피시키고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범행으로 그 죄질이 결코 좋지 못하다”면서 “이런 행위는 회사의 부실을 초래하고 직원과 주주들에게 실질적 손실을 가한 것으로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정씨가 지난 6월 기업의 모든 직위에서 사임하는 등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해 형량을 정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