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인 향한 서안 이스라엘 정착민들 폭력 증가…강제 이주 공포

권진영 기자 2023. 10. 3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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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 공격 확대되자 서안지구 긴장 수위도 고조
서안지구 주민 "가자지구 전쟁이 정착민들에게 폭력의 청신호 줬다"
지난 5월7일 이스라엘이 점령한 서안지구 나블루스 인근에서 이스라엘 정착촌에 반대하는 팔레스타인 시위대들이 저항하다가 타이어 뒤로 몸을 숨기고 있다. 2023.05.07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정정파 하마스 사이의 무력 분쟁이 시작된 이후 요르단강 서안지구(웨스트뱅크)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을 향한 이스라엘 정착민들의 무력행사가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엔에 따르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한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이후로 이스라엘군 및 정착민에 의해 숨진 팔레스타인 사망자 수는 총 115명에 이른다. 이 중 33명은 어린이였다.

지난 2023년 초, 하루에 3건 정도 발생하던 사망사건은 지난 3주간에는 하루 평균 7건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과 체포가 늘어나자 서안지구에서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30일 보도했다.

이스라엘 정착민에게 폭행당한 피해자들은 압도적으로 민간인 비율이 높으며, 팔레스타인인들은 그들을 보호하는 임무를 맡은 이스라엘 경찰의 표적이 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위야 마을에서는 지난 28일 빌랄 살레(38)가 이스라엘 정착민이 쏜 총에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직후 현장에 있던 이스라엘 경찰은 총격을 가한 정착민이 아닌 살레의 형제, 하솀에게 목격자 증언을 요청한다며 데려간 후 수갑을 채웠다. 하솀은 형의 피로 얼룩진 셔츠를 입은 채 군 호위대와 함께 트럭에 실려 이송됐다.

하솀은 체포되기 전 WP에 "그들(정착민)이 우리에게 총을 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경찰은 하솀이 하마스를 지원한 혐의로 구금돼 있다고 했다.

정착민 측은 총격이 정당방위였다는 입장이다. 서안지구 북부에 거주하는 이스라엘 정착민 협의회의 지도자 요시 다간은 총을 쏜 정착민이 "폭동을 일으키는 하마스 지지자 수십 명에게 돌멩이 공격"을 받아 총을 쏜 것이라고 주장했다.

4월10일 이스라엘이 점령한 서안지구 나블루스 인근에서 열린 이스라엘 정착촌 반대 시위에서 한 남성이 이스라엘 군과 충돌하는 동안 팔레스타인 국기를 들고 있다. 2023.04.10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이스라엘 인권 단체 비티셀렘(B'Tselem)의 드로 사도 대변인은 현 상태를 무법지대와 다름없던 "서부 개척 시대"와 같다고 비유했다.

그는 "공격의 규모뿐만 아니라 강도도 세졌다"며, 국제 사회의 시선이 가자지구에 집중되면서 많은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이 같은 행동에 대해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것처럼 느낀다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서안지구 폭력 사태에 대해 "극단주의적 정착민들"의 공격은 이미 타고 있는 불에 "휘발유를 붓는 것"과 같다고 지적하며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서안지구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직면한 위협은 폭행과 살해뿐만이 아니다. 유엔에 따르면 1000명 이상이 집에서 쫓겨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스라엘은 당국의 건축 허가를 받지 않았다거나 징벌적인 이유로 이들의 집을 철거한 후 강제 이주시켰다.

이스라엘이 점령한 요르단 강 서안의 한 마을에 팔레스타인 유목민 베두인 민족이 사는 텐트가 세워져 있다. 2021.02.16/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아랍계 베두인 민족이 모여 사는 와디시크에 거주하던 타리크 무스타파는 지난 7일 이후 매일같이 찾아와 '떠나지 않으면 학살하겠다'고 위협하는 이스라엘 정착민들을 피해 이웃 마을 타이베로 도망쳤다.

정착민들은 무스타파 가족이 사는 텐트를 무너뜨리며 "여기서 꺼져라. 요르단으로 가라"고 협박했다. 무리 중 한 명이 무스타파의 차를 훔쳐 몰고 가는 바람에 그는 아내와 세 자녀를 데리고 가장 가까운 마을까지 걸어서 떠나야 했다.

무스타파는 이스라엘 경찰에 전화를 걸어 신고하려 했지만 경찰은 사건 접수 중 전화를 끊어버렸다.

와디시크에서 강제 이주 당한 주민은 약 40명. 무스타파는 WP에 "가자지구 전쟁은 정착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해도 된다는) 청신호를 줬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은 전에 우리에게 라말라로 가라고 소리쳤다. 이제 그들은 우리에게 요르단까지 가라고 한다"고 한탄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정착민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이 다시 돌아올 수 없도록 마을로 통하는 도로를 폐쇄하기도 했다.

서안지구에는 팔레스타인인 300만여 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약 49만 명의 이스라엘인이 서안지구 정착촌에 살고 있다. 지난 1년 간 이스라엘 정부의 주도하에 정착촌 면적은 점점 넓어졌다.

서안지구 정착민들은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무기까지 제공받기 시작했다. 극우 성향의 국가안보장관 이타마르 벤-그비르가 주도한 지역사회 무장 계획의 일환에 따른 것이다. 지역 내 무장 자원봉사 단체는 더욱 확대되고 공식화되는 추세다.

WP는 정착촌의 출입 시에는 아랍계 운전사 또는 직원 동행이 금지될 정도로 출입 보안 절차가 강화됐다고 전했다.

정착촌 에프라트의 주민이자 자원 방위군의 일원인 에릭 클라스터는 "(가자지구 주변에서) 일어난 일이 이곳에서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착촌 너무 팔레스타인 마을을 가리키며 "우리는 포위당했다"고 말했다.

수년 간 자원 방위군으로 활동했다는 클라스터는 최근 방탄복과 업그레이드된 소총 조준경 등을 구입해 장비를 강화했다. 그는 에프라트의 많은 주민이 이미 개인용 총기를 소유하고 있다며 권총을 가진 이들은 소총을 사려한다고 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정착촌 확대를 주도하는 가장 급진적인 세력이 하마스의 공격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서안지구에 사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하마스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단지 대대로 물려받은 땅에서 생계를 유지하려 할 뿐이라는 입장이다.

유니스 카브네(53)는 "우리를 지켜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이스라엘 정착민에게 구타당한 머리를 붕대로 감은 채 말했다. 카브네 가족이 구타당한 이유는 단지 타이베 외곽에 있는 그의 집을 떠나라는 정착민의 요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한편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날도 서안지구에서는 팔레스타인 5명이 숨졌다. 이스라엘군은 공격 이유에 대해 "군대를 공격하기 위해 도로 밑에 폭발 장치가 설치된 것"을 발견했다며 대테러 작전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로 폭발 장치가 설치돼 있었는지, 제거에 성공했는지 등에 대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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