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의 ‘빙의 챌린지’가 낳은 끔찍한 결과···영화 ‘톡 투 미’[리뷰]
들뜬 10대들이 저마다 아이폰을 손에 쥐고 방 안에 모인다. 자원자 한 사람이 의자에 앉는다. 다른 사람이 벨트로 자원자의 몸을 의자에 꽁꽁 묶는다. 잔뜩 긴장한 자원자 앞에 불이 켜진 초와 낙서투성이인 손 조각상 한 점이 놓인다. 손부터 팔뚝까지 섬세하게 만들어진 조각상은 너무 사실적이어서 불쾌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라이브를 켠 이들이 자원자를 재촉한다. 망설이던 자원자가 악수하듯 조각상의 손을 잡고 말한다. “톡 투 미(Talk to me·내게 말해).”
11월 1일 개봉하는 영화 <톡 투 미>는 호주판 ‘분신사바’다. 손 조각상과 악수를 하며 ‘톡 투 미’라는 첫 번째 주문을 외우면 눈앞에 끔찍한 모습의 유령이 보인다. 보통 이때쯤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야 하지만, 무서운 마음보다 호기심이 더 큰 10대들은 이내 다음 주문을 외운다. “아이 렛 유 인(I let you in·널 들여보낸다).” 두 번째 주문이 끝난 순간, 자원자는 유령에 빙의된다. 동공이 흰자를 모두 가릴 만큼 까맣게 확대된 채 평소에는 낼 수 없는 목소리로 이상한 말을 늘어놓는다. 친구의 기괴한 모습을 본 이들은 환호하며 이를 그대로 SNS에 올린다.
영화의 주인공은 애정에 목마른 미아다. 미아는 어머니가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죽었고, 아빠와의 관계는 서먹하며, 자신의 남자친구가 될 줄 알았던 친구는 다른 사람과 사귀게 됐다. 미아는 가족같은 친구 제이드를 졸라 빙의 체험 파티에 간다. 빙의의 제한 시간은 90초. 이 시간을 넘기면 유령이 빙의자의 몸을 떠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울한 일상에 짜릿한 스릴을 맛본 미아는 빙의에 심취한다. 하지만 90초를 훨씬 넘게 빙의된 친구 제이드의 동생 라일리에게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영화 <톡 투 미>가 단순한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흡인력 있는 이유는 ‘빙의’라는 고전적 틀에 요즘 10대 문화를 자연스럽게 녹여냈기 때문이다. 빙의 체험은 곧 SNS에서 ‘빙의 챌린지’가 된다. 아이들은 빙의 순간 통제 불가능해지는 자신의 모습을 남들이 영상으로 찍어 공유하는 것에도 별 거부감이 없다. 극한의 스릴에 흥분한 이들이 기진맥진할 때까지 돌아가며 빙의 체험을 하는 장면에서는 자연스럽게 마약 중독 문제가 떠오른다.
680만 구독자를 보유한 호주의 쌍둥이 유튜버, 대니와 마이클 필리푸 형제의 감독 데뷔작이다. 영화가 호평을 받으면서 차기작으로 <스트리트 파이터> 연출도 맡게 됐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95%를 받았다. 러닝타임 95분.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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