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이 만든 '개성인삼축제'...성공 모델 된 비결은?

노진균 2023. 10. 3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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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개성인삼축제 개막식. /파주시 제공

[파이낸셜뉴스 파주=노진균 기자] 18회째를 맞은 경기 파주시 개성인삼축제가 21일부터 22일까지 이틀간 10만 명의 방문객을 동원하며 마무리됐다.

이번 축제는 6년근 개성인삼을 포함한 농특산물과 지역주민들의 전문음식점이 거둔 수익을 모두 합쳐 총 11억5000만원의 판매실적을 거뒀다.

다만 이 실적과 관련해 축제의 성패를 논하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 17회 축제에서 총 17억원의 인삼과 농특산물이 거래된 것과 비교해 판매실적이 저조하다는 세간의 평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축제에 참가한 농민들 사이에서는 '인삼농가들에게 돌아간 수익은 늘었다'며 성공적인 축제라는 평을 내놓고 있어 그 배경과 근거에 관심이 쏠린다.

■ 조합이 주도한 축제가 농민이 주도하는 축제로...
18회 파주 개성인삼축제에는 이제껏 시도된 적 없던 획기적인 변화가 있었다. 지난 17회까지만 해도 김포파주인삼농협조합이 도맡았던 축제 운영의 모든 권한과 책임이 농민단체 '파주시인삼연구회'의 손에 맡겨진 것이다.

조합이 축제 운영 전반을 담당해왔던 기존에는 축제 기간 동안 벌어들인 수익의 2%의 수수료만 농가의 수익으로 돌아왔지만, 조합 대신 농민단체가 축제 운영을 도맡게 되면서 판매 수익의 100%가 고스란히 인삼농가들에게 돌아가게 됐다.

축제 기간 동안 인삼만 총 16t을 판매해 7억2000만원의 수익을 남긴 2022년의 경우 1440만원 가량의 판매 수수료를 되돌려 받았지만, 이번에는 8.9t의 인삼을 판매해 4억4000만원의 수익이 모두 수매 주체인 파주시인삼연구회로 돌아갔다.

축제를 위한 물량 확보를 위해서는 수매에 앞서, 인삼농가가 기존에 농협과 맺은 계약금부터 변제해야 했기에 그 비용을 모두 제하고도 5~6천만 원 가량의 수익이 인삼농가의 몫으로 돌아왔다.

이번 축제에 출품된 8.9t의 개성인삼이 전량 완판된 것도 이례적인 실적이다. 지난 4월부터 18회 파주 개성인삼축제의 추진위원장으로서 축제의 모든 과정을 챙겨왔던 전명수 파주시인삼연구회장은 "판매실적의 단순 비교만으로 축제의 성패를 논하다 보면 정작 축제의 주인이 되어야 할 농민의 현실을 놓치기 쉽다"며 "그런 의미에서 인삼 경작인들에게 실질적인 이득을 가져다준 이번 축제야말로 진짜 성공적인 축제"라고 평가했다.

개성인삼을 채굴하고 있는 농민들과 김경일 파주시장. /파주시 제공
■ 정확한 수요예측과 수매물량의 10%를 제외시키는 엄격한 선별로 ‘완판’ 기록까지
인삼의 판매와 관련해서는 농협과의 계약에만 의존해왔던 농민들이기에 축제장에 선보일 인삼의 물량을 정하는 일부터가 커다란 도전이었다. 축제 현장 말고는 별도의 판로가 없는 농민들로서는 재고를 남기지 않아야 했기에 정확한 수요 예측이 첫 번째 관건이었다.

농민들은 경기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실정을 감안해 출품량을 9.8t 가량으로 정하고 수매를 진행했지만 최종적으로 축제장에 내보낸 물량은 이 중 1t을 제외한 8.9t이었다. 그만큼 철저하고 엄격하게 선별 작업을 진행한 결과다.

■ 농가의 역량과 책임성 높여 개성인삼 품질과 명성을 높이는 선순환 불러
축제의 주인이 바뀌자 예상 밖에 많은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겉으로 드러나는 판매 실적만으로는 알 수 없던 또 다른 경제적 효과, 인삼 경작인인 농가의 수익 증가는 물론이지만, 가장 주목되는 점은 인삼의 품질에 대한 농가의 역량과 책임성을 높여주었다는 사실이다. 농민들의 자신감과 열의가 여느 때보다 높아진 까닭이다.

전명수 파주시인삼연구회 회장은 "이번 축제로 얻은 수익을 그대로 분배하는 것도 좋지만 당분간 투자하는 셈 치고 기금을 조성해서 농가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축제로 만들어 나가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라면서 열의에 찬 농민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올해로 20년째 인삼을 경작해 온 최창식씨도 "경험이 부족한 만큼 미숙한 부분도 있겠지만 우리 농민들이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며 "파주 개성인삼의 명성을 드높일 수 있도록, 앞으로 더 좋은 품질의 인삼을 생산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경일 시장은 "축제의 주도권을 농민에게 되돌려주자는 작은 시도가 인삼농가의 자생력 강화라는 긍정적 변화를 불러일으켰다는 점이 이번 축제의 가장 큰 수확"이라며 "파주시 역시 농민들의 이러한 열의를 수렴해 인삼 농가들의 자생력을 북돋울 수 있도록 더 많은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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