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이 많이 생각났다"…네 번의 좌절 그리고 우승 트로피 거머쥔 최성원, '3쿠션 간판'이 돌아왔다
[마이데일리 = 김건호 기자] 4전 5기만의 우승이다. '한국 3쿠션 간판' 최성원(휴온스·46)의 이야기다.
최성원은 30일 경기도 고양시의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시즌 5차 투어 '휴온스 PBA 챔피언십' 결승에서 팀 동료 하비에르 팔라존(스페인·35)을 세트스코어 4-1(15-1, 15-9, 9-15, 15-8, 15-1)로 제압하고 프로통산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로써 최성원은 ‘한국인 최초’ 3쿠션 세계선수권 우승, 3쿠션 월드컵 우승 등 십여 년간 ‘세계 톱랭커’로 활동했던 아마추어 무대를 뒤로하고 프로 무대에 뛰어든 지 5개 투어 만에 정상을 밟았다. 이번 우승으로 이전 4개 투어 연속 1회전 탈락이라는 설움도 한 방에 날렸다. 우승상금 1억 원과 랭킹포인트 10만 점을 얻어 이번 시즌 잔류를 확정, 그를 괴롭혔던 ‘강등 걱정’도 지웠다.
결승서 최성원은 초반 두 세트를 먼저 앞서나가며 기선을 제압했다. 뱅킹서 승리한 팔라존이 초구를 뱅크샷으로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이를 이어받아 최성원이 차분하게 6득점으로 연결시켰고, 2이닝째에는 하이런 9점을 쓸어 담으며 단 2이닝 만에 15-1로 승리,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2세트서 최성원은 뱅크샷만 5차례 성공시키며 10득점을 뽑아내 격차를 벌렸다. 팔라존이 8이닝까지 9:8로 근소하게 앞섰으나 9이닝째 공격 기회를 잡은 최성원이 뱅크샷 두 차례를 포함한 하이런 7점으로 단숨에 15점에 도달, 15-9로 한 세트를 추가했다.
팔라존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3세트 초구서 뱅크샷 두 방을 포함한 6득점으로 시작한 팔라존은 5이닝 동안 공타 없이 6~4~1~3~1점을 차례로 득점하며 15점을 채워 한 세트 반격했다. 최성원이 9득점으로 쫓았으나 역부족이었다.
추격에 나선 팔라존과 다시 분위기를 되찾아 오려는 최성원이 팽팽하게 맞섰다. 4이닝까지 8-7로 근소하게 리드하던 팔라존이 4이닝부터 연속 공타로 돌아선 사이, 최성원이 5이닝부터 연속 4~2~2득점을 뽑아내 15점을 채워 15-8로 승기를 잡았다. 세트스코어 3-1 최성원 리드.
최성원을 수식하던 ‘승부사’라는 별명은 프로무대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우승까지 한 세트를 남겨두고도 긴장감 없이 차근차근 득점을 쌓아냈다. 3-1로 리드하던 3이닝째 행운의 뱅크샷 등 3이닝에서만 하이런 12점을 때려내며 그대로 15-1 경기 종료, 큐를 번쩍 들고 포효했다. 세트스코어 4-1 최성원의 우승.
이번 대회 최성원은 128강서 ‘튀르키예 강호’ 륏피 체네트(하이원리조트)를 세트스코어 3-1로 제압하며 프로 첫 승리를 거둔 데 이어, 정해창, 임성균(하이원리조트), 강승용을 차례로 꺾었다. 이어 8강서는 박광열과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를 거두었고, 준결승서는 이상용에 0-2서 4-2 대역전, 결승에 진출했다.
프로 첫 우승을 이뤄낸 최성원은 시상식서 “이번 시즌 전까지 승리가 한 번도 없어 마음고생이 정말 심했다. 자책도 했다. 이번 대회는 특히 행운이 많이 따른 대회였던 것 같다. 설움을 한 번에 털어버릴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앞으로도 더욱더 열심히 하는 최성원이 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PBA 첫 우승을 기록한 최성원은 가장 먼저 가족을 떠올렸다. 그는 "가족들이 많이 생각났다. 특히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났다. 어머님도 최근 편찮으신데, 생각이 많이 났다. 좋은 결과를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우승해서 효도한 것 같아 너무 기쁘다. 복잡한 감정이 얽혀 심적으로 뭉클한 게 많았다"며 "(우승이 오랜만인데) 아마추어 연맹에서도 준우승, 4강, 8강 언저리였다. 우승 못 한 지 6~7년 정도 된 것 같다. 그동안 당구를 너무 소홀했던 것 같다. 사실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프로 전향을 했기 때문에 부담이 배가 되었다. 그래도 프로 전향 후 이전보다 연습량이 늘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크게 느낀 문제는 체력관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느꼈다. 경기를 하다 보니 2세트까지 모든 에너지를 나서는 팔이 내 팔이 아닌 것 같고 그렇더라. 체력적인 부분을 보충하지 않으면 버티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최성원은 준결승에서 이상용을 상대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결승에 올랐고 그 기세를 그대로 이어갔다. 그는 "2세트까지 ‘무엇을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 휴식 시간에 ‘0-4로 지면 안 되겠다. 한 세트라도 따자’라는 마음으로 3세트에 돌입했고, 다행히 두 세트를 따내 2-2가 됐다"며 "그 이후부터 체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상대방의 실수가 없었다면 승리하기 힘들지 않았을까 한다. 5, 6세트 모두 스코어 15-14로 이겼는데, 천운이 따르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5번의 도전 끝에 우승을 차지한 최성원은 다음 개인 투어에 대해 "한 번이라도 우승하면 된다는 목표가 있었다. 더 많은 우승을 하면 좋겠지만 어찌 됐든 우승이라는 결과가 있어서 남은 대회에서는 더 배워가면서 쳐야 할 것 같다"며 "128강에서 탈락을 하더라도 편안하게 즐기면서 경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번 대회 전까지 올 시즌 PBA 개인투어 우승은 모두 외국인 선수가 차지했다. 세미 사이그너(휴온스), 프레드릭 쿠드롱, 하비에르 팔라존(휴온스), 다비드 마르티네스(크라운해태)가 차례대로 4차 투어까지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최성원은 올 시즌 처음으로 PBA 개인투어에서 우승을 차지한 한국 선수가 됐다.
최성원은 "결승 이전까지 ‘대진운이 좋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제가 프로 전향 후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어떤 선수를 만나도 쉬운 상대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 PBA 선수들은 공 치는 능력들이 엄청 높다"며 "대진운이 좋다는 것은 잘 모르시는 분들의 얘기다.(웃음) 설령 대진운이 좋았다고 해도, 결승전에서 수준 높은 선수를 만났고 우승을 했기 때문에 다 무마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이어 "외국인선수들은 당구를 시작할 때부터 기본기를 가지고 3쿠션을 친다. 기본기에서 국내 선수들과 많은 차이가 난다"며 "냉정하게 봤을 때는 실력 면에서는 조금 떨어질 수 있다 생각한다. 하지만 PBA에서는 당일의 컨디션도 중요하다. 붙어봐야 안다"고 전했다.
한편, 대회 한 경기에서 가장 높은 애버리지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특별상 ‘웰뱅톱랭킹’(상금 400만 원)은 64강서 강성호를 상대로 PBA역대 2위 기록인 애버리지 5.625를 기록한 다비드 사파타(스페인∙블루원리조트)가 수상했고, 대회 최초 한 세트에 15점을 한 번에 달성하면 주어지는 ‘TS샴푸 퍼펙트큐’(상금 1000만원)은 128강서 서삼일을 상대로 4세트째 15득점을 한 큐에 달성한 최재동이 수상했다.
최성원의 우승으로 막 내린 PBA 투어는 내달 3일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NH농협카드 PBA-LPBA 챔피언십’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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