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민노총 대변인의 민노총 비판 “민주당 하청 돼 용역 투쟁”
정호희(59) 전 민주노총 대변인이 “민주노총 주류는 민주당의 하청이 됐고 민주당을 위한 용역 투쟁을 한다”고 비판했다. 학생 운동권 출신으로 30년 넘게 노동운동을 한 정 전 대변인은 금태섭 전 의원이 주도하는 신당 ‘새로운선택’ 창당준비위원회에서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정 전 대변인은 지난 30일 인터넷에 ‘나의 노동운동 실패기, 그리고 새로운 선택’이란 글을 올려 “(민주노총이) 결국은 민주당과 국민의힘 거대 양당 진영 정치의 자장(磁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민주노총이 민주당을 위해 국민의힘과 싸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 전 대변인은 “민주노총 홈페이지를 보면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은 수없이 등장하는데 문재인 정부 때는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며 “왜 이른바 국힘 계열 정권 때는 어김없이 퇴진 투쟁 구호가 등장하고 민주당 계열 정권 때는 침묵했을까”라고 했다.
정 전 대변인은 “문재인 정권이 친노동적이고 시쳇말로 ‘문평성대’(문재인 태평성대)여서일까? 전혀 아니다”라며, “조작됐다고 의심받는 정부 통계로 보더라도 노동자들의 처지는 딱히 나아지지 않았고 심지어 (2021년) ‘민주노조운동의 심장’이라는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양경수) 위원장이 연행돼 구속되기도 했다. 국힘 계열 정권이 민주노총에 적대적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민주당 계열 정권이 친노동적이거나 민주노총에 우호적인 적은 없다”고 했다.
정 전 대변인은 “민주노총의 주류인 조국통일(NL)파가 민주당의 하청계열화됐고, 용역 투쟁을 한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거대 양당의 진영 정치에서 일방적으로 한 편을 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윤 정부를 공격하기 시작해, 올해부터는 아예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에 나섰다. 이에 대해 정 전 대변인은 “연례행사일 뿐 아무런 감흥도 없다”고 했다. 그는 “살펴보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정도가 (민주노총이 드는) 퇴진 사유인데, 문재인 정부 때는 어땠느냐”며, “심지어 IAEA 의장국이던 (문재인 정부) 때는 뭐 하다가 (윤석열 정부 들어서) 정권 타도 사유까지 격상됐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민주노총이 민주당과 함께 ‘노란봉투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정 전 대변인은 “180석을 가진 거대 집권당 시절에 충분히 통과시킬 수 있는 법을 거들떠도 안 보다가 이제 와서 입법을 추진하니 ‘용역 입법’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했다. 노란봉투법은 노조가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범위를 대폭 넓히고, 하청업체 직원이 원청 대기업에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파업도 할 수 있게 하며, 파업으로 기업에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한다는 내용의 법이다. 정 전 대변인은 “노란봉투법 내용을 살펴보면 모든 노동 현안을 사법부로 넘기게 된다는 우려가 있다”며 “과잉 입법은 모두에게 해롭다”고 했다.
정 전 대변인은 1980년대부터 30년 넘게 몸담아 왔던 노동운동에 대해서도 “실패했다”고 했다. 그가 자신의 운동이 실패했다고 느끼게 된 계기로 든 사건은 2012년 통합진보당 부정 경선 사건이었다. 통진당은 그해 4월 치러진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 6명을 포함해 13명을 당선시켰는데, 비례대표 후보자를 결정하기 위한 당내 경선에서 부정이 있었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인 조준호 진상조사위원장이 당원에게 폭행당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 전 대변인은 “(통진당을 이루게 된)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진보신당의 통합에 찬성하는 편이었는데, 내부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들과 그것을 수습하는 과정의 난폭함에 기가 질렸다”고 했다.
정 전 대변인은 그러면서 노동운동의 주축이었고 민주노총을 이끌고 있는 ‘NL’(민족해방) 세력과 ‘PD’(인민민주·노동해방) 세력을 모두 비판했다. NL에 대해선 “‘주체사상’을 맹신하고 21세기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북한의 행태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못하는 거대한 공동체, 그들이 지금도 운동판을 장악하고 좌지우지 하고 있다”며 “노동운동을 하지만 노동보다는 친북 통일을 우선하는 것이 설득력이 있느냐”라고 했다. PD를 두고는 “이미 제1세계로 진입한 한국에서 노동해방-계급철폐는 가능하거나 옳은 것이냐”고 했다. 정 전 대변인은 “조국통일과 노동해방은 둘 다 시대착오적이고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대변인은 민주노총이 정부와 경영계, 노동계 간의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민주노총은 1999년 구조조정 제도 도입에 반대해 경사노위 전신인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한 뒤 20년 넘게 정부·경영계와 대화하지 않고 있다. 정 전 대변인은 “노총이라면 싸울 때 싸우더라도 국가 노동 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기구에 참여하는 것은 권리이자 의무”라며 “이른바 ‘비타협적 투쟁’만으로 모든 것을 쟁취하는 일은 혁명적 시기나 전쟁 상황에서도 불가능한 일인데 정권에 따라, 그리고 위원장이 누구냐에 따라 (사회적 대화 참여 여부를) 오락가락할 일은 전혀 아니다”라고 했다.
정 전 대변인은 이른바 ‘조국 사태’에서 운동권이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을 지키겠다며 집회에 나선 것에 대해서도 “또 다른 충격이고 상처였다”고 했다. 그는 “세상을 우리 편과 나쁜놈 편으로 딱 가르고 우리 편은 무조건 옳다는 흑백 진영논리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이었고, ‘민주’ 동문회들이 조국 수호를 내걸고 ‘민주’ 노조들이 서초동 촛불집회에 조직적으로 동원됐다. 내가 학창시절과 노동운동에서 생각하고 실천했던 것과는 너무도 다른 일련의 흐름은 큰 상처로 남았다”고 했다.
노동운동을 그만두고 민주노총과도 연을 끊은 데 대해 정 전 대변인은 “배신 운운하려면 민주당 2중대를 자처하는 집단과 민주당에서 한자리 해보려고 기웃거리는 전직들에게나 하라”며, “(새로운선택으로) 2024년 22대 국회에서 (20석 이상을 확보해) 독자적인 교섭단체를 구성하고 2027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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