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 않는 헌 옷이 따뜻한 작업복으로’…겨울 날씨 걱정하던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작은 마음
지난 4월 라오스에서 경북 안동으로 농사일을 돕기 위해 비행기에 오른 기얀씨(42)는 쌀쌀해져 가는 날씨에 걱정이 많았다. 외국인 계절근로비자를 받은 그가 안동에 체류할 수 있는 기간은 5개월. 9월까지만 일할 수 있다는 생각에 챙겨온 옷들은 대부분 얇은 옷들이었다.
그러던 중 외국인 계절 근로 노동자의 체류 기간을 3개월 더 늘릴 수 있는 비자가 도입됐다. 일을 더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뻤지만 겨울용 옷을 마련해야 한다는 걱정도 생겼다.
기얀씨는 “돈을 많이 벌어 라오스에 있는 가족에게 많이 보내줘야 하는데 한국의 겨울용 옷들이 비싸 걱정이 많았다”며 “따뜻한 옷을 선물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경북 안동시는 농번기 일손을 돕기 위해 한국에 온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헌 옷을 활용한 작업복 기부 운동을 벌였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기부는 법무부의 입국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체류 기간을 겨울까지 연장하는 조치에 따라 진행했다. 상반기에 입국한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당초 9월초 체류 기간 종료를 염두에 두고 입국해 두꺼운 작업복을 준비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안동시는 외국인 노동자 겨울옷 구입 부담을 줄이고자 공무원을 대상으로 ‘착용할 수 있지만 입지 않는 옷’을 자율 기부하는 운동을 추진했다. 상·하의 각각 142개를 모아 외국인 노동자에게 전달했다. 현재 안동에는 베트남과 라오스 국적의 233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오는 12월 출국을 앞두고 있다.
안동 도산면에서 밭농사를 하는 정선경씨(51)는 “따뜻한 작업복을 받은 친구들이 돈을 아낄 수 있어 매우 기뻐하고 있다”며 “내년에도 서로 안동에 오겠다고 서로 경쟁적으로 이야기한다”고 전했다.
권기창 안동시장은 “외국인 노동자는 일손이 부족한 농촌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번 나눔으로 안동의 따뜻한 정을 느꼈으면 한다”며 “기부 운동에 참여해 준 직원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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