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부림 예고했던 20대 남성, 이번엔 교도소 후기 올렸다

강원도 춘천에서 칼부림하겠다는 내용의 예고 글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썼다가 구속 기소돼 집행유예 처분을 받은 20대 남성이 이번에는 교도소 수감 후기를 올려 논란이다.

3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구속 후기 쓰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지난 8월 같은 공간에 ‘강원도 춘천에서 칼부림 할 예정’이라는 글과 함께 칼로 회 뜨는 사진을 게시했다가 협박 등의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20대 남성 A씨였다.

춘천지방법원. 연합뉴스

A씨는 이번에 쓴 구속 후기 글에서 경찰에 붙잡힐 당시 상황을 자세하게 묘사했다. 그는 “경찰이 20명 정도 집으로 들어오더니 칼부림 글 썼는지 물었다. 맞는데 무슨 문제가 있냐고 되묻자 경찰은 수갑을 채우고 경찰서로 끌고 갔다”고 했다.

이어 “2시간 동안 조서 쓰고 유치장에 갇혔다. 검사한테 전화가 왔기에 정신병이 있고 장난으로 쓴 글이라고 답했다”며 “이후 구속됐는데 살인 예고 글 쓴 사람이 또 잡혀왔다. 그 사람이랑 도원결의하고 같이 교도소로 이송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도소에서 살인 협박으로 들어왔다고 하니까 소문이 나서 인기남이 됐다. 반성문 6장 쓰고 집행유예로 나왔다. 도원결의한 형님은 아직도 못 나왔다”며 “구속기간 많이 매일 찬물로 씻고 좁은 방에서 7명이 잤다. 하루하루가 너무 안 갔다. 많이 반성했다”고 썼다.

A씨의 글을 본 누리꾼들은 ‘칼부림이 실제로 벌어지고 모든 사람이 불안에 떠는 시기에 부적절한 장난이었다’, ‘또 글 쓰는 모습을 보니 아직 정신 차리지 못한 것 같다’는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A씨는 지난 8월 4일 오후 6시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춘천에서 칼부림을 저지르겠다’는 제목의 글과 흉기 사진 등을 올렸다가 협박·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수사기관에서 “다른 사람들도 칼부림 예고 글을 올리니까 재미로 그랬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형사3단독 박성민 부장판사는 “피고인의 살인 예고 글로 경찰이 긴급하게 검문을 실시하는 등 경찰력이 낭비됐다. 이용자들에게는 공포·불안감을 유발했다”며 “다만 실제 범죄를 실현할 의지가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며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춘천=배상철 기자 b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