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에 '레드카드' 준 교사… 헌재 "檢 기소유예처분 취소"

헌법재판소가 학생에게 레드카드를 주며 훈육한 교사가 받은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했다./사진=뉴스1

헌법재판소는 수업시간에 장난을 친 학생의 이름표를 칠판에 붙인 초등학교 교사가 받은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했다.

31일 뉴스1에 따르면 이날 헌법재판소는 교사 A씨가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헌법소원심판 청구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 결정했다.

A씨는 2021년 4월 수업 중 페트병을 가지고 놀며 큰 소리를 내는 학생을 제지했다. 해당 학생이 계속해서 소리를 내자 담임교사였던 A씨는 학생의 이름표를 레드카드 옆에 붙였고 방과 후 빗자루로 약 14분간 교실 청소를 하게 했다. A씨는 당시 '레드카드'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학생의 어머니 B씨는 한 달간 수차례 담임 교체를 요구했고 결국 A씨는 병가를 내 담임을 그만뒀다. 이후 B씨의 신고로 시작된 수사로 검찰은 "피해 아동의 정신건강과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했다"며 아동학대범죄의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했다.

검찰은 벌점에 따라 불이익 처분을 한 것은 교육청에서 허용하지 않는 상벌점제를 사실상 시행한 것이어서 아동학대 혐의사실이 인정되지만 여러 사정을 고려해 기소유예한다는 취지로 불기소 결정했다.

이에 A씨는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이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전원일치 의견으로 검찰의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했다. A씨가 시행한 레드카드 제도가 정서적 학대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지 않았다. 헌재는 "이 사건 기록에는 피해아동의 반응을 유발한 청구인의 태도와 행위가 어떠했는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학생이 레드카드 제도 전에 낙상사고, 학교폭력 피해 등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했다"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진단받은 것이 레드카드에 기인했는지, 아니면 다른 사건에 기인했는지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헌재 관계자는 "피청구인은 추가 조사 없이 사건 기록만으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의 구성요건에 해당된다고 판단하고 이 사건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며 "헌재는 이 사건에 중대한 수사 미진의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고 이를 취소했다"고 덧붙였다.

박재이 기자 wja0601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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